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김소식 특별기고] “프로야구의 봄, 아마야구의 겨울…지금이 변화를 꾀할 시간입니다”

OSEN

2025.07.11 17: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지난 시즌, KBO 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이에 KBO는 2025시즌 1200만 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고, 전반기 현재의 관중 추이를 보면 이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폭발적인 관중 증가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허구연 KBO 총재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었습니다. 야구계에 몸담아온 한 사람으로서, 이번 시즌의 성과는 그 어느 해보다도 기획된 결과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ABS(자동 볼,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 도입이 큰 노릇을 했습니다. 이 제도 도입 초기에 현장과 팬들 사이에서 우려와 회의론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허 총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우려를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는 결단을 내렸고, 공정한 판정 시스템이 자리 잡음으로써 팬들과 선수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오랜 논란이었던 판정 시비가 눈에 띄게 사라진 것입니다.

또한 ‘피치 클락’ 도입은 경기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어 경기 시간이 약 10분 이상 단축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빠른 템포를 선호하는 MZ 세대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졌습니다. 잠실과 사직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장 시설이 개선된 점도 경기 관람의 쾌적함을 높였습니다. 특히 여타 레저활동 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야구는 여전히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3~4시간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어 팬들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전반기의 또 다른 성과로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의 확대를 들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건의에 따라 4일간의 휴식이 주어졌고, 이는 경기력 유지와 후반기 대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즌 운영 전반에서 선수 복지와 팬 편의가 함께 고려된 점이 인상 깊습니다.

올 상반기 관중 수는 750만 명을 돌파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110만 명이 늘었고, 홈경기 440경기 중 210경기가 매진되는 등, 그야말로 ‘야구 축제의 시간’이었습니다. 홍보 부문에서는 KBO가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통해 40초 이내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하고, 팬들이 이를 SNS에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이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MZ 세대의 놀이 컨텐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굿즈 제작, 유튜브 활용 등 다양한 활동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그러나, 저는 이 화려한 프로야구의 성과 뒤편에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아마야구의 위기입니다.

최근 조선일보 주최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대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전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임에도 TV에 비친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고, 고작 20~30명의 학부모만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아마야구의 현실이 이렇게 위축되고 있는 지금, 그 뿌리를 지켜온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매년 1100여 명의 고교 선수들이 졸업하지만, 프로 진출자는 100여 명에 불과합니다. 1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과 50여 개 대학팀 선수들 대부분이 결국 아무도 모르게 야구를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는 부족하고, 학생 수는 줄고, 경제 사정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KBO가 아마야구를 향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의 학생 야구는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가 무너지면 결국 프로도 흔들리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폭발적 인기를 활용해 아마야구 활성화에 힘을 쏟는 것이야말로 프로야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선의 길입니다.

현재 KBO는 매년 약 10억 원을 아마야구에 지원하고 있으나, 티켓 예매 시 100~200원을 의무 기부하게 만드는 등 제도적인 추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야구협회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그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프로야구의 경기력과 인기, 운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협회 역시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현재의 단일팀 체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져, 고교야구 연합팀 형태로 전환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허구연 총재는 추진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입니다. 그가 재임 기간 아마야구 회생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나아가 KBO 야구발전위원회가 이를 강력히 뒷받침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5년 7월 12일

김소식(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전 일구회 회장) 올림


홍윤표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