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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주민 병 들면 죽는다…봉쇄에 병원 자체가 하루하루 연명

연합뉴스

2025.07.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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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운영 병원 전무…겨우 돌아가는 병원도 단전 위험 외상환자 쇄도…의료진, 탈진에도 "살릴 생명 있으니" 분투
가자주민 병 들면 죽는다…봉쇄에 병원 자체가 하루하루 연명
정상운영 병원 전무…겨우 돌아가는 병원도 단전 위험
외상환자 쇄도…의료진, 탈진에도 "살릴 생명 있으니" 분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가자지구의 의료기관들이 운영 중단의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병원 절반이 이미 문을 닫았고, 운영 중인 병원들도 정상 운영은 언감생심이다.
연료와 의료 필수품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병원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 가자지구의 위기상황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BBC·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종합병원이 11일(현지시간) 현재 비축한 발전기용 연료는 3천L로 이 병원이 하루 정상 운영에 필요한 4천500L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하루 안에 전기가 끊어져 생명을 유지할 장치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참변을 맞이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병원은 이미 중환자실이나 신생아병동 등 필수 병동에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 NBC방송에 "재앙과 같은 상황이다. 전기가 24시간 내 갑작스레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료 소비량을 극한까지 줄였는데도, 지난 9일에는 연료량이 딱 하루치만 남아 병원 운영이 완전히 중단될 뻔했다. 이 병원은 10일부터 신규 환자의 입원을 전면 중단한 채 재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 병원의 아흐마드 알파라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산솟줄이 코에 연결된 신생아 환자를 가리키며 "보시다시피 이 아이는 기계 호흡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가 차단되면 이 아기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병원들이 연료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앞서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병원에서는 연료 부족 탓에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를 나눠 써야 하는 현실을 공개한 바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스라엘군이 약 130일 동안 가자지구 내 연료 반입을 전면 차단하면서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계속되면 중환자실, 신생아병동 등 필수 병동에서 환자의 사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앞서 하루 전 로이터통신에 병원·구호단체를 위한 연료 16만L가 9일부터 가자지구에 반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급은 군의 소관이 아니라고 이스라엘군은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NBC뉴스의 관련 질의에 "가자지구의 아기들에게 진정한 위협은 연료 부족이 아니다. 하마스다"라고 주장했다.

언제든 총탄이 날아올 수 있는 전쟁터의 불안감도 병원 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10일 이스라엘군은 나세르 종합병원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진 지역까지 탱크와 지상군을 투입해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 탱크가 인근 피란민 텐트촌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고 BBC방송에 전했다.
당시 병원에는 중환자를 비롯한 환자들과 의료진 등 수십명이 머물고 있었다. 병원 입구 근처에 있던 민간인이 유탄에 맞아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나세르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나세르 병원의 한 의사는 BBC에 "의료진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작전과 관련한 아무런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어떤 경보도 없었는데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이스라엘군은 지역에 쳐들어와 마이크로 당장 이 지역을 떠나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의료진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받는다.
NBC에 따르면 전쟁 초기인 2023년 12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의료진들의 긴급 대피로 방치됐던 알나스르 어린이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이미 부패가 시작된 신생아 시신이 여러 구 발견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의료진이 황급히 대피하다가 미처 신생아 환자를 챙기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외상환자도 병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알나세르 병원을 방문한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이 병원을 '거대한 외상병동'으로 표현했다. 350병상 규모인 알나세르 병원은 현재 700명 이상을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4주 동안 구호품 배급 현장에서 부상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WHO 관계자는 전했다. 가족을 위해 식량을 얻어가려다가 별안간에 날아온 총알에 맞는 사례가 많다.
이 병원에는 두부 총상으로 사지마비에 빠진 13세 소년, 목에 총알이 박혀 마찬가지로 사지마비에 빠진 21세 남성 등이 이런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치료 중이다.
의료진은 거의 24시간 탈진 상태에서도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WHO는 덧붙였다.
나세르 병원 응급실 의사는 BBC에 "살인기계를 멈추라. 단 하루만이라도. 딱 근무조 한 번만이라도 이런 중상자 없이 지내고 싶다"며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탈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래도 일해야 한다. 살려야 할 생명이 있으니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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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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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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