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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유급 확정 직전 "학교 돌아갈 것, 대책 마련해달라"

중앙일보

2025.07.12 06:11 2025.07.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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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입장문' 발표. 왼쪽부터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에스더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해 2월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하겠다고 12일 선언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의협과 함께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의대협은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대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복귀 시점은 밝히지 않아 실제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의협은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며,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책임 있는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의대생들의 교육 정상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학사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의료 현장의 피해 복구와 중장기적인 교육 및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입장문 발표 전 모두발언에서 "단순히 길었던 갈등 봉합이 아닌 무너졌던 교육 현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대한민국 의료 미래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간절한 각오를 국민께 약속드리는 자리"라며 "1년 6개월 의료 사태로 국민은 말할 수 없는 피로와 아픔을 견뎠다. 그 고통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대협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긴 고통을 겪어 이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회장과 달리 '사과'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현 정부와 대화를 거치며 신뢰를 확립했고, 의대협은 (정부의) 의학교육 및 수련 정상화 약속을 신뢰한다"며 "이번 의·정 갈등과 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배우는 입장에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3058명)으로 동결하며 의대생 복귀 길을 터줬다. 그런데도 대다수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자 5월 6일까지 문을 추가로 열어뒀다. 의사 국가고시를 목전에 둔 본과 3, 4학년생 위주로 일부 의대생은 복귀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학교 밖에 있다. 이달 말이면 미복귀생 8300여명이 유급·학사경고 처분을 받게 된다. 의대협이 지금 복귀 선언을 한 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복귀 시점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1학기 마무리 단계로 이전에 복귀한 학생들은 수업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렀지만, 이번에 복귀한다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학교육계에선 현실적으로 전원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의대 1, 2학년 예과생은 교육 과정에 교양 수업이 다수 포함돼 있어 주말·여름·겨울방학에 보충 수업을 편성하면 밀린 과정을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본과생은 연간 40주 이상의 의학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7월 중순을 넘긴 시점에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과 4학년은 임상 실습을 받아야 오는 9월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응시가 가능한데 지금 당장 복귀해도 이 일정에 맞추기는 어렵다.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접수는 오는 21일로 임박했다. 결국 의대협 주장대로 전원 복귀하려면 정부는 유급 조치를 면해주는 학사 유연화라는 특혜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또 국가고시 추가 응시 기회 등도 제공해야 한다.

이날 발표엔 의·정 갈등의 다른 핵심축인 전공의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전공의와 간담회가 오는 14일 예정돼있다. 이들의 수련 재개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공동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의료계는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 공백과 국민 피해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이는 의료인의 기본 윤리와 공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과 정책 실패가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입니다.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신중하게 추진했어야 할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결국 의료공백이라는 사회적 재난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그 결과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될 국민이 의료공백 속에서 생명을 잃었고,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의사를 길러낼 교육의 터전이 더욱 망가진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붕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반드시 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지금 의대 교육이 멈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민께 약속드립니다.


△ 의대협은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되도록 힘쓰겠습니다.


△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며,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책임 있는 논의를 지속하겠습니다.


△ 국회는 의대생들의 교육 정상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 복귀한 의대생들이 불이익이나 불안을 겪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조치를 함께 마련하겠습니다.


이어서, 대통령님과 정부에 두가지 사항을 공식적으로 건의드립니다.


첫째, 학사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십시오.


둘째,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의료 현장의 피해 복구와 중장기적인 교육 및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주십시오.


전공의 수련 재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국회, 의료계는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실무 논의 단위를 신속히 구성하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의대생 학사 정상화를 시작으로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의료 정상화의 길을 열어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채혜선.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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