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30% 관세예고에도 "합의 노력"…보복조치 준비 병행(종합)
감정적 반응 자제하면서도 우려 표명…13일 EU 대사들 긴급회의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30% 관세 부과 예고에도 합의 도출을 위해 계속 협상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전면전'을 피하려 감정적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분위기이지만, EU는 내부적으로 대미 보복 조치 마련도 병행할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8월1일까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비례적 대응조치 채택을 포함해 EU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 수출품에 3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필수적인 대서양 공급망을 교란해 양쪽 모두의 기업, 소비자,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EU는 미국과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우선시해왔으며 이는 대화, 안정성, 건설적 대서양 파트너십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앞으로 발송한 서한을 올리고 EU에 8월1일부터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서한 내용을 사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확인했다.
30%는 현재 시행 중인 기본관세 10% 및 4월 상호관세율을 처음 발표할 때 EU에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20%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더딘 협상 속도에 불만을 표하며 경고한 50%보다는 낮다.
그런데도 EU 각국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초 EU는 관세율 통보 서한이 아닌, 일명 '원칙적 합의' 타결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EU 측 협상 수석대표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발송한 서한으로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한 반면, 우리의 협상은 EU가 더 높은 관세 부과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협상이 건설적"이라면서 "공동 성명 혹은 원칙적(초기) 합의 문안에 진전이 있었으며 조만간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EU에도 30%라는 높은 관세율 부과를 예고하면서 협상이 더 쉽지 않게 됐다는 평가다.
집행위와 EU 대사들은 오는 13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EU 이익 보호'를 언급한 만큼, 보복 조치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EU는 미국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일찌감치 소위 1차 보복 조치를 마련했으나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대미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시행을 90일간 보류한 바 있다.
1차 보복 조치는 총 210억 유로(약 33조9천억원) 상당의 주요 미국산 수입품에 10% 또는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로, 14일 0시부터 이 조치가 자동 발효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협상 계속 의사를 밝힌 만큼 1차 보복 조치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별개로 미국 기본관세 10%, 자동차 2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2차 보복 조치도 별도로 마련 중이다.
EU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우려를 표명했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장관은 이메일 성명에서 "(30%의) 관세는 수출하는 유럽 기업들에 큰 타격이 될 것이며 미국 측의 경제와 소비자들에게도 심각한 여파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한 실용적 결과가 신속히 도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집행위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유럽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그 어느 때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8월 1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다. 전례 없이 강력한 무역 방어 수단이라는 점에서 '바주카포'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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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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