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 장쑤성 난징시의 축구 경기장은 관중으로 꽉 찼다. 성을 대표하는 맞수 도시인 쑤저우와 난징이 맞붙으면서다. 이날 집계된 관중 수는 6만396명으로 중국의 역대 아마추어 축구 경기 중 가장 많았다.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이처럼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는 지역 축구리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개막한 장쑤성 도시축구리그 '쑤차오'는 시작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 2라운드를 합쳐 평균 관중 수에서 중국 프로리그인 '슈퍼리그'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입장권 가격은 10~20위안(약 2000~4000원)이지만, 정가의 60배가 넘는 암표가 거래되기도 한다. 이날도 표를 구하지 못한 수백명의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생중계 방송을 보며 마음을 달래야 했다.
아마추어 경기이지만 지역 간 경쟁 심리를 자극한 것이 지역 축구리그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국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프로리그의 승부 조작 논란 등이 겹치면서 관심이 지역 축구리그로 더욱 쏠렸다.
한 팀당 전업 선수는 최대 3명뿐이다. 선수들의 본업은 고등학생부터 배달원, 개발자 등 제각각이다. 농부였던 선수, 중년의 나이에 경기장으로 돌아온 이 등 선수들의 다양한 배경과 이야기도 연일 화제다.
10년 전 프로 축구에서 은퇴한 뒤 평범한 직장인이 된 한 선수는 "프로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관중이 모이는 경기에서 뛰게 되어 기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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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도 활성화…"무역 전쟁도 극복"
쑤차오의 인기에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장쑤성 문화관광청에 따르면 경기가 열린 도시들의 외부 관광객 수는 전주 대비 48% 증가했다. 관광지 예약은 지난해 대비 4배나 늘었고, 항공과 호텔 예약도 급증했다.
경기가 열리는 지역에선 축구 팬들에게 무료 관광 티켓을 제공하며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팀 유니폼과 기념품 판매 수입도 톡톡하다.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허난성은 경쟁 리그를 출범했고, 광둥성과 쓰촨성도 리그 출범을 계획 중이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장쑤성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쑤저우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지역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장 등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전체가 수혜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