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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 연합' vs '진짜 야당'…李 취임 한 달, 조국혁신당의 딜레마

중앙일보

2025.07.12 13:00 2025.07.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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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6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범여(汎與) 연합’이냐 ‘진짜 야당’이냐. 최근 조국혁신당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혁신당은 21대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다.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유력 후보를 총력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자, 혁신당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난 지금, 혁신당 앞에는 노선 설정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국민 통합’을 실현하려는 이 대통령과, 그를 뒷받침하는 민주당이 인사·정책 등 각종 이슈에서 혁신당과 번번히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특히 검찰개혁과 관련해 혁신당은 보다 강경한 속도전을 주장한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7일 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공동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책임 있게 협력하고 신속하게 개혁을 완수하자”며 “혁신당과 민주당이 공동 TF를 구성해 보조를 맞춘다면 검찰개혁의 줄탁동기(啐啄同機)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지도부 의원은 “일단 민주당과 큰 틀에선 함께하되, 더 강한 발언으로 이슈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공동TF 라는 기구 안에서 혁신당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를 예방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은 혁신당과의 검찰개혁 공동 TF 주장에 대해 “민주당 내에 이미 검찰개혁 TF가 꾸려져 있다. 굳이 혁신당과 공동TF를 또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당 측 검찰 개혁 의견을 민주당 TF가 수렴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1일 혁신당과 검찰개혁 정책간담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정치행정분과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혁신당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개혁 뿐만이 아니다. 혁신당이 대선 전부터 요구해 온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춘생 혁신당 의원 등이 지난해 7월 교섭단체 요건을 현행 20인→10인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치개혁 4법’을 발의했다. 혁신당 등 야5당 지도부는 지난 3일 이 대통령과의 관저 오찬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민주당 재선 의원은 10일 통화에서 “혁신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소수 야당 사이에서도 ‘교섭단체 요건을 어느 정도로 완화할 지’에 대해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야5당 단일안이 확정돼야 논의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2024년 12월 16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수감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혁신당이 아직 민주당과의 ‘전략적 제휴’를 유지하는 이유는 조국 전 대표의 사면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혁신당 의원은 통화에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는 민주당의 정치적 약속이었지만, 조 전 대표 사면을 위해 강하게 밀어부치지 않고 있다”며 “만일 조 전 대표가 8·15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우리도 진짜 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사면 대상에 당연히 조 전 대표가 포함돼야 한다는 게 혁신당 측 주장이다. 황현선 혁신당 최고위원은 5일 페이스북에 “조국을 이야기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필요에 의해서만 불리는 이름은 아니길 바란다”고 적었다.

다만 여기서도 민주당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성호 의원이 지난달 12일 “형별의 균형성 측면에서 (사면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날 “정권 초기에 특정인 사면 얘기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눈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최근 8·15 광복절을 앞두고 특사 검토를 위한 사전 절차에 돌입했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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