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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겨냥한 중국백주 업계 '저도수 혁명'…한국 소주에 기회될까?

중앙일보

2025.07.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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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주업계가 전통적인 “높은 도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9일 중국 관영 매체 베이징상보에 따르면 우량예(五糧液)와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등 주요 백주 기업들에서 알코올 도수를 29도 이하로 낮춘 신제품 출시를 예고해 백주 시장에 “저도화(低度化) 혁명”이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시장에서 저도주(低度酒)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었지만 백주 명품 브랜드에서 저도주를 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대형마트의 백주 코너. 중국연구소
76조 규모의 주류시장, 이제는 ‘젊은 입맛’

중국 백주 시장에서 저도수 제품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저도수 백주의 시장 규모는 2020년 한화 약 3조7000억원에서 2024년 10조8887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1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의 핵심에는 젊은 소비자가 있다. 중국 주류협회에서 발간한《젊은 세대의 술, 중국 주류 품목별 혁신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백주 소비자 중 34%가 20~30대로 젊은 세대의 주류 시장 규모는 약 76조원, 중국 내 잠재적인 젊은 주류 소비자는 무려 4억900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백주는 젊은 층의 ‘선호 1순위’가 아니다. 우량예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35세 응답자 중 백주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맥주(52%)와 과실주·양주(29%)에 크게 뒤진다. 특히 고도수 백주의 알코올 자극에 대한 거부감이 높았고 저도수 제품에 대한 선호는 60%를 넘었다.

백주업계에서는 제품의 도수를 낮추고 병 디자인에는 젊은 감각을 반영했으며 풍미도 부드럽게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조정에 나섰다. 우량예 관계자는“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소비 방식에 맞춰 백주의 경험을 새롭게 재해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이 같은 변화가 단기 트렌드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는 “저도주는 향후 백주 업계의 핵심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제품력과 유통전략이 맞물리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저도주 시장에도 과제가 있다. 중옌푸화산업연구원(中研普華產業研究院)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도주 특성상 알코올 안정성이 낮아 장기 보관 시 풍미 저하와 혼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브랜드 간 품질 격차, 과도한 과일향이나 탄산에 의한 ‘정체성 모호’도 극복 과제”라고 지적했다.

“몇 도부터 저도주인가?” 기준도 제각각

과거 중국 백주는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60도를 넘었다. 본격적인 저도수 백주의 개발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우량예는 수학자 화뤄겅(華羅庚)의 ‘우선법(優選法)’에 착안해 기존 52도 제품을 38도와 35도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1991년 개발한 25도 우량예는 중국 국가 금상을 받으며 당시 최저 도수의 명주로 인정받았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출시된 이른바 ‘저도수 백주’는 여전히 30도 이상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으로 43도 마오타이, 39도 우량예, 38도 국교 1573 등이 있다. 고급 백주 중에 30도 이하 제품은 시중에서 여전히 보기 어렵다.

현재 중국 내에는 저도주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은 16도, 심지어 6도짜리 제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기술적으로 저도주는 단순한 희석이 아닌 고도의 발효 및 증류 기술이 필요하다. 저도주는 술맛이 옅어지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유지해야 하므로 기술 난이도가 더 높다.

저도주 트렌드가 한국 소주에 새로운 기회가 될까?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19.9%)은 미국(24.3%)에 이은 한국 소주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과거 소주가 일본에 집중됐던 수출 구조는 이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95개국으로 다변화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확산 중인 저도주 트렌드가 업계에 새로운 시장 진입의 기회를 제공할지 관심을 끈다.




김매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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