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우타자가 왼손 하나로 안타...노히트 노런 수모를 면하게 해줬다
OSEN
2025.07.12 18:25
[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도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고교 야구 시즌이 돌아온다는 뜻이다.
가장 크고, 유명한 게임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흔히 (여름) 고시엔 대회라고 불리는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다. 지금은 지역 예선이 한창이다.
그중 니가타현 2회전 경기가 화제다. 도카마치 고교와 다카다 농업 고교의 일전이다. 결과는 13-0, 콜드게임이었다. 도카마치 고교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패한 다카다 농고의 외야수 한 명이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의 주목을 받았다. 하세가와 오키(175cm, 54kg)라는 2학년 생이다.
이날 첫 타석에서 좌익수 쪽으로 안타를 쳤다. 게다가 2루 도루도 성공시켰다. 팀의 유일한 공격 기록이다. 그 안타가 없었으면, 다카다 농고는 치욕의 노히트 노런을 당할 뻔했다.
단지 그 이유만이 아니다. 그의 독특한 타격이 이목을 끈다.
그는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오른쪽 손가락 하나도 없다. 그 상태에서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그것도 우타자로 오른쪽 타석에 서서 배트를 휘두른다는 사실이 놀랍다.
준비 동작 때는 양손을 모두 배트 손잡이에 올려놓는다. 그런데 말 그대로 ‘오른손은 거들뿐’이다. 스윙 순간에는 왼손으로만 친다.
수비 때도 비슷하다. 글러브는 왼손에 낀다. 그러나 던질 때는 빠르게 손을 바꾼다. 글러브를 빼서 오른손에 걸친다. 그리고 왼손으로 송구한다.
하세가와 오키는 요미우리의 중심 타자 사카모토 하야토처럼 되는 것이 꿈이다. OSEN DB
야구는 유치원 때 시작했다. 3살 위 형의 모습이 부러워서, 어머니를 졸랐다. 그게 설마 고등학교 때까지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고교) 1학년 입학 초였다. 야구부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감히 선수를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었다. 훈련 보조나 매니저(주무) 역할이라도 맡겨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감독 선생(마쓰시마 준페이)이 간결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줬다. “넌 선수다. 선수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실력이 쑥쑥 늘었다. 2학년이 되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우익수에 5번 타자를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이날 패배로 예선 탈락이 결정됐다. 그의 발걸음도 잠시 멈춰야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그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투수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다. 크면서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위축되고, 많이 신경 쓰였다. 그렇지만 가족과 동료들, 감독 선생님의 격려 덕분에 열심히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하세가와 오키)
가장 좋아하는 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그곳 내야수 사카모토 하야토처럼 되는 게 꿈이다.
[사진] 짐 애보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짐 애보트라는 투수가 유명하다. 캘리포니아 에인절스(LA 에인절스) 등에서 활약했다. 오른쪽 손이 없는 선천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ML 통산 87승을 올렸다. 양키스 시절인 1993년에는 노히트 노런(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의 대기록도 남겼다.
1940년대에 활약한 외야수 피트 그레이도 있다. 6살 때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잃었다. 하지만 왼팔 하나로 치고, 수비도 해냈다. 1945년에는 77경기를 뛰었다. 타율 0.218에 13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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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