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일부 강성 당원들의 ‘수박’(비이재명계 의원을 지칭하는 은어) 비난에 ‘왕수박’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수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속은 빨간색(국민의힘 상징색)이면서 겉은 파랗다(민주당 상징색)’는 의미로 당내 반대 세력을 비판할 때 쓰는 단어다.
정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운 여름날엔 왕수박이 최고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2016년 20대 총선 컷오프 당시 농사를 지으며 수확한 ‘왕수박’을 들고 찍은 사진도 함께 공유했다.
정 의원은 “2016년 공천 탈락 컷오프됐을 때, ‘당 지도부는 저를 버렸지만, 저는 당을 지키겠다’, ‘총선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고 유세단을 만들어 전국을 누볐다”며 “총선이 끝나고 허탈했다. 지원 유세를 다닐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전직 국회의원이 돼 출근할 사무실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텃밭에 가 농사를 열심히 짓기 시작했다. 땀 흘려 일하다 보면 그 시간만큼은 잡념도 사라지고 힐링도 되고 위안도 됐다”며 “사진에서 들고 있는 저 왕수박이 12㎏짜리이고, 저 때 수박 농사를 딱 한 번 성공했고 그 이후로는 대체로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수박 농사 경험으로 볼 때 왕수박은 키우기도 어렵고, 왕수박이 되기도 어렵다”며 “어디인지 모를, 출처가 불명한 곳에서 아직도 저보고 왕수박이라고 한다면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그 어려운 왕수박의 길을 제가 왜 걷겠나”라고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수박 노노”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찬대 의원과 민주당 대표직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정 의원은 최근 일부 강성 당원들로부터 근거 없는 ‘수박’ 비난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에서 “저를 수박으로 욕한다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나. ‘정청래가 억울하게 작전 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정 의원을 향한 비난은 그가 2018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면서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한 영상이 퍼지면서 야기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민희 의원도 당대표 후보로 정청래 의원을 공개지지한 뒤 일부 당원들로부터 수많은 비난 문자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많은 비난 문자가 쇄도한다. 제게도 당대표 후보를 선택할 권리가 있지 않냐”며 자신이 보낸 답장 일부를 공개했다. 최 의원이 보낸 답장을 보면 일부 당원들이 최 의원에게 비난과 비아냥이 섞인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일부 답장에서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 대상 전화 면접 방식으로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조사한 결과 정청래 의원은 32%, 박찬대 의원이 28%의 선택을 받았다. 민주당 지지층만을 놓고 보면 정 의원이 47%로 박 의원(38%)을 오차범위(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