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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제주도 연구한 나비 박사...해방 80년 맞아 석주명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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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2 20:02 2025.07.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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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연구자이자 제주학의 선구자

서귀포시 토평동에 세워진 석주명 기념비. 최충일 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주학’의 선구자이자 ‘나비 연구자’로 알려진 석주명을 조명하는 특별 전시가 마련됐다. 석주명(1908~1950)은 생물학자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른 ‘융복합 학자’였다. 특히 그는 해방 이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조선의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철학을 통해 조선다운 문화가 덜 사라진 제주에 관심을 쏟았다.



41년 삶 중 2년 이상 제주에서 연구

석주명 선생이 소장으로 근무하던 경성제국대학 부설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소장(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최충일 기자
국립제주박물관이 이달부터 오는 10월 19일까지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연다. 석주명은 41년의 짧은 생애 동안 2년 이상을 제주에서 보냈다. 1943년 4월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현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소장으로 부임해 2년 1개월간 제주에서 인문·사회학적 성과를 냈다. 제주어 어휘 7000여 개를 수집·정리하고, 16개 마을 인구를 조사하는 등 제주도를 연구했다.



제주 남부·북부어 구분, 외국어와 비교

이재호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지난 3일 제주학 관련 전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충일
석주명은 『제주도 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1949), 『제주도 문헌집』(1949)을 발간했다. 또 『제주도 수필』(1968), 『제주도 곤충상』(1970), 『제주도 자료집』(1971) 원고를 집필했다. 이중 『제주도 방언집』은 ‘제주어’라는 용어로 제주방언을 주체적으로 다룬 첫 서적이었다. 현재 제주 학계에선 제주방언을 제주어라 칭한다. 또 제주 남부어와 북부어를 구분한 점, 제주 방언과 외국어 비교, 언어 수필을 통해 제주 문화를 밝히려고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제주도의 생명조사서』는 제주4·3 이전 제주 사회의 인구 구성을 규명했다.



논문 한 편 정리에 16만 마리 나비 분석

국립제주박물관이 이달부터 오는 10월 19일까지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석주명 선생의 조선나비 이름의 유래기 원본. 사진 최충일
이번 전시에선 그의 제주 관련 서적 6권과 석주명의 나비 연구 성과물, 한국 나비 공예품을 비롯한 전시품 106점이 나왔다. 그가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 16만 마리가 넘는 배추흰나비를 분석한 적이 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나비 연구에 전력을 쏟았다. 한국의 나비를 255종으로 정리하고 212개의 동종이명을 제거한 『조선산 접류 총목록』(1939)을 비롯한 석주명 나비 연구 성과를 도서와 전자책으로 선보인다.



석주명 배낭, 조선 나비 그림 대가 전시도

국립제주박물관이 이달부터 오는 10월 19일까지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석주명 선생이 직접 사용한 배낭. 나비 모양의 매듭이 인상적이다. 사진 최충일
석주명이 채집 여행에서 사용한 배낭도 전시된다. 현대 배낭의 버클 부분이 나비 모양의 매듭으로 마무리돼 눈길을 끈다. 또 석주명이 생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적 생태도’라고 극찬한 조선시대 서화가 남계우(1811~1890)의 나비 그림 또한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석주명의 연구 성과를 지키고 후대에 전해준 석주명의 동생 석주선이 재현한 창덕궁 활옷도 전시한다.
국립제주박물관이 이달부터 오는 10월 19일까지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제주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 나비 표본들. 사진 최충일


“제주학·남계우·나비·에스페란토 특강도”

김동우 국립제주박물관장이 지난 3일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충일
김동우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석주명 선생의 이상에 따라 전시 설명을 우리말과 에스페란토(세계공용 인공어)로 써 더욱 눈길을 끈다”라며 “그의 제주학, 남계우,나비 연구, 에스페란토 운동을 조명하는 4차례 연계 특강도 열린다”고 말했다.





최충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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