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토트넘)이 ‘PIF(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 스타디움(가칭)’에서 뛰는 모습을 볼게 될 지도 모른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이름이 바뀔 수도 있다.
토크스포츠, 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들은 12일 “사우디 기업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협상의 선두 주자다. 토트넘과 이미 협상 중이고 최종 합의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협상 중인 2곳 중 하나는 PIF 자회사고, 또 다른 하나는 연관이 없는 회사라고 전했다.
PIF가 같은 EPL 소속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지분을 85%를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문제를 피하기 위한 법적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도 협상 대상에 포함됐고,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와 계약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토트넘이 PIF 또는 아람코와 네이밍 라이츠를 체결하고, 이적설이 돌고 있는 손흥민이 새 시즌에 토트넘에 잔류한다면 ‘PIF 스타디움’ 또는 ‘아람코 스타디움(이상 가칭)’에서 뛸 수도 있다.
‘네이밍 라이츠’는 기업이 돈을 지불하고 경기장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명명권이다. 프로스포츠구단은 경기장과 팀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명명권을 판매한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홈구장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를 딴 ‘스포티파이 캄프누’다. 아스널(에미레이트 스타디움) 등 EPL 6팀이 명명권을 판매했다.
118년간 화이트 하트 레인을 쓰던 토트넘은 10억 파운드(1조8600억원)를 투자해 2019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개장했다. 6만2850명을 수용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포드(7만4197명)에 이어 EPL에서 2번째 큰 규모다. 미국프로풋볼(NFL) 경기, 비욘세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 개최가 가능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장소다.
앞서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토트넘 유니폼 스폰서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검색 엔진 업체 구글 등이 토트넘 홈구장에 간판을 달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협상 중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토트넘이 부인했다.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연간 2500만 파운드(465억원), 15년간 최대 3억7500만 파운드(6977억원) 규모의 명명권 계약 체결을 희망하고 있지만, 지난 6년간 해당 금액을 수용할 기업을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레비 회장이 명명권 판매 금액을 낮췄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토트넘 내부 관계자는 구단이 계약 체결을 위해 노력 중이고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전했다.
‘짠돌이’로 유명한 레비 회장은 원래는 이적시장 막판까지 선수 영입을 미루기로 악명 높은데, 올여름 이적시장 초반부터 거액을 쏟아붓자 토트넘 팬들조차 어리둥절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11일 웨스트햄 윙어 모하메드 쿠두스 영입에 구단 역대 4번째 높은 이적료 5500만 파운드(1023억원)을 지불했다. 또 노팅엄 포레스트 미드필더 모건 깁스-화이트를 데려오기 위해 6000만 파운드(1116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6000만 유로(967억원)를 주고 임대 신분이었던 마티스 텔과 케빈 단소도 완전 영입했다. 토트넘은 지불해야 하는 이적시장 순 부채가 2억7930만 파운드(51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축구계에서는 “토트넘이 대주주인 ENIC 그룹이나 외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라거나 “토트넘이 명명권 계약으로 이적 자금을 확보한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