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노이즈'가 개봉 18일 째인 12일 오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3일 현재 관객 수는 106만명. 'F1 더 무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슈퍼맨' 등 할리우드 대작의 공세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2, 3위를 유지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노이즈'는 층간 소음으로 시끄러운 아파트에서 주영(이선빈)이 실종된 여동생(한수아)을 찾아나서는 내용. 제목처럼 사운드가 큰 역할을 한다.
청각 장애 주인공이 느끼는 주변 소리, 현실적인 층간 소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기괴한 소리 등 디테일한 사운드가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사운드가 돋보이는 공포 영화'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화의 사운드를 설계한 이는 박용기(47) 음향 감독. 명품 K호러로 꼽히는 '곡성' '곤지암'에 이어 또 다시 소름 돋는 소리를 빚어냈다. 대종상('곡성')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곤지암','올빼미') 음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일 서울 양재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 감독은 "'노이즈'는 사운드가 전면에 나서는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Q : 사운드 설계의 주안점을 어디에 뒀나.
"동생이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오프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후반에 초현실적 요소가 나오는 걸 감안해 층간 소음 속에서 많은 감정을 함축한 동생의 얼굴이 부각되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란 사실을 소리를 통해 끊임없이 주입시켰다."
Q : 김수진 감독은 현실과 초자연적 요소의 밸런스를 맞추는 매개체가 사운드라고 했는데.
"실종된 동생이 나타나는 후반부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고로 다리를 저는 동생이 정상적으로 걷는 모습을 강조하려고 발소리가 잘 들리게 했다. 실제인지 환상인지 여부를 관객이 판단케 하는 일종의 페이크다. 소리로 관객의 심리적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다."
Q : 클라이맥스의 소름 끼치는 사운드는 어떻게 만들었나.
"어떤 작품이든 시그니처 사운드와 여러 개의 서브 사운드를 만든다. 이를 앞에서부터 야금야금 써야 하이라이트 신의 소리가 느닷없이 느껴지지 않는다. '노이즈'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이를 가는 소리다. 한 인물이 이를 으드득 갈다가 죽는데, 이를 변용한 소리가 오프닝과 클라이맥스 신에 나온다. 서브 사운드는 발망치 소리다."
Q : 사운드적으로 가장 만족한 장면은.
"층간 소음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랫집 남자(류경수)가 자기 집 도어락 버튼을 칼 끝으로 누르는 장면이다. 칼로 버튼 누르는 소리, 도어락 전자음, 낡은 현관문의 이격 소리, 잠금 장치 소리를 폴리 아티스트가 만들어줬는데 사운드 발란스가 정말 좋았다. 사운드는 그렇게 치밀하게 계산돼 만들어진다."
Q : '곤지암'은 폐건물 배경이라 작업이 달랐을 것 같다.
"바닥의 깨진 유리나 쌓인 먼지 밟는 소리가 대사를 방해할 만큼 울리게 만들었다. 빈 공간임을 강조하고 관객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하기 위해서다. 주인공들이 착용한 마이크에 바람 들어가는 소리를 활용해 도망갈 때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Q : '곡성'은 어떤 사운드를 강조했나.
"'곡성'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빗소리였다. 주인공인 경찰 종구(곽도원)가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첫 장면의 빗소리가 유독 큰 건, '넌 이미 압도됐다, 벗어날 수 없다'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시골 배경이라 빗소리, 개 짖는 소리, 닭울음 소리 등을 활용했는데, 특히 닭 소리는 후반의 중요한 모티브여서 앞에서부터 사용했다. 거친 호흡을 담기 위해 주인공들에게 푸쉬업을 시킨 뒤 숨찬 상황에서 녹음하기도 했다. 탈진해 실려 나온 배우가 여러 명이다."
Q : 음악 감독과의 협업이 중요할 것 같다.
"음악 감독은 정서, 음향 감독은 임팩트를 책임진다고 보면 된다. 심리적 몰입감을 위해 소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관객을 세뇌시키는 거다. 티 안나게 대사, 미장센, 음악 등을 서포트하는 게 음향 감독의 일이다."
Q : 사운드가 가장 뛰어난 영화를 꼽는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운드의 바이블 같은 영화다. 사막의 황량한 바람 소리 만으로 긴장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탑건: 매버릭'에선 전투기 소리가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속도감과 파워를 생생히 전달한다. '듄', '인터스텔라' 또한 사운드가 예술이다. 타성에 젖을 때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