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포탄 지원 규모가 1200만 발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양 측의 불법 무기 거래가 현 시점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땅따먹기식’ 공세를 펼치는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북·러 간 군사동맹이 굳어질수록 러시아 지원에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북한의 군사적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국방부 국방정보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까지 러시아에 보낸 포탄은 152㎜ 단일 탄종 기준으로 1200만여 발 이상의 규모로 파악된다. 컨테이너 약 2만8000여 개가 러시아로 향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면서다. 한·미는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는 컨테이너를 추적해 무기 지원 규모를 추정해왔다. 시기에 따라 규모에 변화는 있지만 무기 지원은 계속돼왔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실제 군 당국은 지난해 12월 “북한 나진항 등을 통해 러시아로 반출한 컨테이너는 약 2만2000여 개로 추정된다”며 “152㎜ 단일 탄종 포탄으로 가정할 때 약 1000만여 발 분량”이라고 밝혔다. 2023년 8월부터 포탄 등 무기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정보본부 관계자는 “군은 유관기관 및 우방국과 협조 하에 북한의 최신 러시아 무기 지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는 북한의 무기 지원은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러시아는 종전 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막판 혈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가 병합 의지를 명확히 한 도네츠크주를 놓고선 물량공세 위주의 국지전이 한창이다. 러시아로선 보급품 확보가 핵심인 만큼 대북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탄 생산 확대를 독려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사실상 러시아의 후방 병참 기지 역할을 자처하는 행보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에 이어 6월에도 군수공장을 찾아 “현대전의 요구에 맞는 새형의 위력한 포탄 생산을 늘리자면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 역시 지난 11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무기 생산이 24시간 내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는 탄약 중 북한제가 약 40%에 달한다는 게 그의 추정이다.
북·러 간 밀착은 북한군 추가 파병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자국 매체를 통해 북한의 공병 6000명이 추가 파병될 것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북한군 공병 지원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는 3차 파병에 해당한다. 국정원과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말 1차로 1만900여 명, 올해 1~3월 2차 3000여 명 등 모두 1만4000명 이상의 전투병을 파병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번 달과 다음 달 중 3차 파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북한군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북한은 거래 규모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림으로써 대러 ‘청구서’에 군사 기술 지원과 관련된 목록을 늘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폭 드론의 경우 러시아가 북한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면서 러시아 교관이 북한에 파견돼 조종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대공방어체계 판치르가 평양에 이미 배치돼 취약한 방공망을 보강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김정은의 현지 지도로 지난 3월 건조 현장이 처음 공개된 핵추진 잠수함 역시 러시아 ‘베팅’과 무관치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사실상 독자 개발이 불가능한 분야로 꼽히는 핵추진 잠수함에 김정은이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는 건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