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와 ‘붉은 낙엽’ 등 화제의 연극을 선보였던 이준우(40) 연출가가 이번엔 1인극을 연이어 무대에 올린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1인극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또 다른 1인극 ‘문 속의 문’을 오는 31일에서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2022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주제로 실험적 예술을 릴레이로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Sync Next)’ 프로그램의 하나다.
최근 서울 이태원 소재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이준우 연출가는 “1인극은 배우가 극 중에서 진행자 역할을 하고 동시에 또 다른 연출자이기도 하다”라며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1인극이 어떻게 보면 연극의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속의 문’은 공상과학(SF) 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의 1906년 단편 소설 ‘벽속의 문’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성공한 정치인 웰러스는 어린 시절 우연히 발견한 문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신비로운 낙원에 대한 경험담을 친구 레드몬드에게 들려준다. 웰러스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때때로 문을 발견하지만, 성공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매번 외면한다.
연극 ‘문 속의 문’은 정치인 웰러스의 실종 이후 남겨진 레드먼드의 기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한 명이 웰러스와 레드몬드를 모두 연기한다. 김호영과 백은혜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준우는 “원작에선 ‘문’이 꿈, 희망, 안식 등을 상징하는데, 이 작품에선 욕망이 투영된 대상도 된다”며 “극적 사건이 일어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고 이런 의도는 1인극으로 하면 잘 보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제목을 수정한 데 대해서는 “지금 세상과 다른 곳이 아닌 현재 삶 속에 이미 문이 들어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서”라며 “관객들이 이 공연을 보고 각자 저마다 어떤 문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왕서개 이야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2021년 ‘붉은 낙엽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준우는 현재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달에는 우란문화재단 기획연극으로 그가 연출한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 국내 초연됐다. 폭력을 통해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인간들의 위험한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너무 바쁜 것 아닌가’ 라는 질문에 이준우는 “저도 이럴 일인가 싶다”라며 웃었다.
‘싱크 넥스트’에 참여한 데 대해 이준우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제안을 수락하고 지난 2월부터 공연 준비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문 속의 문’에는 뮤지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으로 지난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 극본상과 음악상 작곡 부문을 각각 수상했던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참여했다.
이 작품의 정식 공연은 내년에 개막될 예정이며, 해외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준우는 “‘문 속의 문’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번 싱크 넥스트에서는 전막 공연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일부 장면은 낭독 공연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싱크 넥스트 25’는 지난 4일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on Sync Next 25’를 시작으로 9월 6일까지 18개팀이 무용, 연극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