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폭염이 온열 질환뿐 아니라 신장·심장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연평균250명가량 응급실로 실려 온다.
13일 질병관리청의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9년 폭염(33도 이상)이 발생한 날에 응급실을 더 찾은 환자(초과 응급실 방문자)를 분석하니 급성신장질환 환자가 1466명, 심장질환 환자가 1668명으로 나타났다. 한 해 평균 초과 응급실 방문환자는 급성신장질환이 244.4명, 심장병 278명이다. 같은 기간 온열 질환 환자는 3927명(하루 평균 654.5명)이다.
세 종류의 질환 환자 중 남성이 64.2%, 65세 이상 노인이 45.6%를 차지한다.
질병청은 또 2010~2019년 '초과 입원환자'를 추정했다. 급성신장질환은 1205명(하루 평균 120.5명), 심장질환은 6938명(693.8명), 온열 질환은 2626명(262.6명)으로 나타났다. 입원환자 역시 여성보다 남성이, 젊은 층보다 노인이 훨씬 많았다.
질병청의 폭염·한파로 인한 급성·만성 질병 및 사망률 예측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이 28.8도를 기점으로 1도 상승할 때마다 신장 기능이 나빠져 입원하는 환자가 23.3% 증가한다고 한다. 탈수로 인해 신장 혈류량이 줄고, 이게 급성 신장 손상을 야기한다. 특히 만성 신장병 환자의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높다.
미국의 논문('직업적 열 노출과 비전통적 기원의 만성 신장 질환 위험성')에도 '열 스트레스'가 관 모양의 신장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동형 부산 범일연세내과원장은 "폭염으로 인해 탈수가 심해지면 소변량이 줄고 팔다리가 붓고 혈압이 오르는 급성 신장병이 생긴다"며 "쪽방촌 등의 저소득층 노인들이 이런 증세를 잘 인지하지 못해 특히 위험하다. 심하면 24~48시간을 못 넘기고 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염진통제·이뇨제를 먹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박봉수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탈수가 되면 소변 색깔이 진해지거나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혈액 검사를 하면 콩팥 수치가 올라가 있다. 적절하게 수분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폭염으로 인해 반드시 열사병까지 안 가더라도 콩팥 수치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폭염 일수가 많은 해에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콩팥 기능이 살짝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여름에는 갈증을 심하게 느끼기 전에 미리 수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노인은 갈증을 잘 못 느끼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소량의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