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드론 첨단화는 상수' 분석…최근 교착도 드론 영향
가게 팔던 '웨딩 드론'부터 FPV·뱀파이어·광섬유 드론까지
우크라 최전선 보니…이젠 드론 없으면 전쟁 아예 못한다
WSJ '드론 첨단화는 상수' 분석…최근 교착도 드론 영향
가게 팔던 '웨딩 드론'부터 FPV·뱀파이어·광섬유 드론까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전선이 눈에 띄는 변화 없이 상당 기간 교착되고 있다. '드론'의 존재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전방에서 드론의 존재는 이제 상수다. 양국 드론이 상대방의 지상군 병력이나 장비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움직임이든 포착당하면 자폭 드론의 공격을 각오해야 한다. 결국 지상군의 움직임은 더욱 신중해지고, 그럴수록 전선의 변화도 느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 '드론'이 어떤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쳐 지금의 존재감을 확보했는지 분석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처음 우크라이나군을 침공할 때만 해도 드론보다는 탱크와 장갑차를 먼저 앞세웠다.
이 시기 드론의 첫 활용은 감시 장비 정도였다.
가령 2022년 3월 9일에는 아마추어 드론 운용팀이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의 행렬을 포착해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했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한 우크라이나군은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지연시켰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행렬을 격퇴하는 모습 자체도 드론으로 촬영됐다.
이런 드론은 상점에서 2천 달러(약 27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결혼식 하객과 결혼식장을 장엄하게 공중에서 촬영하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웨딩 드론'으로 불리던 평범한 제품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이제는 군사 목적으로 쓰이게 됐다.
전쟁 발발 약 1년이 되자, 드론이 보내주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드론에 간단한 장치가 추가로 부착되면서 드론은 단순한 감시 장비를 넘어 공격 무기로 진화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폭발물을 탑재하고 원하는 곳에 떨어뜨릴 수 있었다.
드론에 실리는 폭발물은 적 군인 1명을 사살하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심지어 기갑차량 내부로 폭발물을 정확히 투하한다면 장비를 통째로 파괴할 수도 있었다.
일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의 등장은 전장에 가장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FPV 드론은 2022년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2023년부터 그 진가를 발휘했다.
FPV 드론은 로켓탄보다 폭발력이 강력하지는 않지만 정확도는 더 우수하다. 우크라이나군은 FPV 자폭 드론의 부족한 폭발력을 물량으로 때우는 전략을 활용했다.
2023년 약 80만대 수준이던 우크라이나의 FPV 드론 생산은 2024년 220만대로 폭증했다. 올해는 최소 450만대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WSJ에 전했다.
실제 2023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군사 패키지 지원을 기다리며 극도의 탄약 고갈 상태에 빠졌을 때 FPV 드론이 생명줄이 됐다. 로켓·미사일과 달리 자국 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우크라이나에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2024년 초부터는 최전방에서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이 시기 러시아군도 FPV를 대규모로 도입했다.
그 결과 탱크·장갑차를 앞세운 대규모 진격 전술이 드론 공격에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점차 퇴보하고, 소규모 병력으로 구성된 타격팀을 활용한 전술이 많아졌다.
이 시기부터 최전방 1천200㎞에 이르는 전선의 변화가 갈수록 느려지기 시작했다. FPV의 공격을 우려해 군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는 의미다.
최전방에서 거리가 먼 후방이라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미리 러시아 국경 내로 드론을 대규모로 반입한 뒤 러시아의 핵심 군사 자산을 공격해 치명적 피해를 준 '거미줄 작전'을 지난달 성공시킨 바 있다.
이번 전쟁에서 드론 사용의 혁신을 일으킨 쪽은 주로 우크라이나였다. 다만 가장 최신의 혁신은 러시아에서 내놓은 '광섬유 드론'이 꼽힌다.
광섬유 드론은 드론과 조종사를 광섬유 케이블로 유선 연결하는 방식이다. 드론에 탑재된 5∼20㎞의 케이블 길이만큼으로 이동거리가 제한되고, 케이블이 나무 등에 걸릴 위험도 있지만, '전파 방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단점을 가린다.
통상 드론을 방어하기 위해 드론과 조종사의 연결을 차단하는 전파 방해 방식이 활용되는데, 유선 드론은 이런 수단을 무력화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2025년 자국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면서 광섬유 FPV 드론을 파괴적으로 활용했다.
이번 전쟁에는 드론이 최전방 보급 수단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식량, 탄약, 보조배터리를 드론에 실어 보내는 방식이다. 적 드론의 감시에 보급도 위험해지자 드론의 수송기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202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은 야간 투시 카메라를 장착하고 약 9㎏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뱀파이어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형 지상 드론도 활용되고 있다. 원격조종 자동차형, 선박형, 4륜오토바이(ATV)형 드론의 활용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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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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