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 중 80대 노모와 50대 큰아들이 숨졌다.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구조된 차남 A씨(50)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2분쯤 지나가던 행인이 북구의 한 아파트 2층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소방에 신고했다. 4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명구조에 나섰고, 낮 12시 50분 A씨를 구조했다. A씨는 소방대원에게 “내부에 2명이 더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A씨의 형을 발견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현장에 있던 80대 노모도 숨진 채 발견됐다.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 4명은 사다리차 등을 이용해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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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아들 2명이 노모 모시고 살아…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경찰 조사 결과 50대 아들 두 명이 80대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50대 아들 2명이 평소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며 “아들의 결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3명 외 같이 사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양팔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를 흡입한 아파트 주민 5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시간 35분 후인 오후 1시 57분쯤 불을 모두 껐다.
불이 난 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는 15층 규모로 2006년에 준공 승인이 났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이후 16층 이상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11층 이상,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법 제정 전 건축된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으면서 노후 아파트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앞서 이달 2일과 지난달 24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부산의 아파트에서 불이 나 아동 4명이 숨졌다. 이에 부산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내부가 완전히 불에 타 화재 원인은 합동 감식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아파트 내부에 에어컨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동 감식은 14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