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신실은 13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해 시종일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인 김민주(23·11언더파 277타)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받은 방신실은 상금랭킹(6억1827만원)과 대상 포인트에서 모두 3위가 됐다.
올 시즌 방신실이 우승한 건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이후 두 번째다. 지난 2023년 KLPGA 투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통산 4승째이기도 하다. 데뷔 시즌부터 2승을 거둬 ‘수퍼 루키’로 주목받은 뒤 지난해 숨고르기를 마치고 올해 다시 2승을 추가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승부처는 15번 홀(파5)이었다. 줄곧 1~3타 차로 선두 김민주를 쫓던 방신실이 투 온이 가능한 드라이버를 내려놓고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을 했다. 이어진 세컨드 샷을 홀컵 81m 앞에 붙인 뒤 정교한 웨지 샷으로 1.8m 앞에 떨궈 버디로 마무리했다. 반면 스리 온으로 홀컵 4.2m 앞에 볼을 붙인 김민주는 파로 마무리해 방신실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진 16번 홀(파3)에서 두 선수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방신실이 파 세이브로 마친 반면 김민주가 1.8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기세가 오른 방신실이 17번 홀(파4) 버디로 우승을 예약했고, 마지막 18번 홀(파4)도 파로 마무리해 보랏빛 챔피언 재킷의 주인이 됐다. 우승 직후 방신실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활짝 웃었다.
‘1도의 마법’이 우승을 불러왔다.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방신실의 이번 대회 필승 전략은 ‘아이언샷 비거리 줄이기’였다. 아이언 로프트의 각을 모두 평소에 비해 1도씩 높여 볼이 더 높이 뜨고 거리는 줄도록 세팅했다. 우리나라 골프장 중 가장 고지대(해발 1136m)에 위치해 공기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고 비거리가 잘 나오는 대회장의 특성을 감안한 역발상이다.
방신실은 “(지난 6일 끝난) 롯데 오픈 당시에도 아이언 로프트를 눕혀 대회를 치렀다”면서 “당시엔 코스(베어즈베스트 청라) 특성상 볼이 잘 구르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번 대회에도 같은 전략을 선택한 건 비거리가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샷의 비거리가 늘면 경기 진행에 유리하지만, 지나치면 샷 감이 달라져 코스별 전략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이를 감안해 인위적으로 비거리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방신실은 “욕심을 버리고 내 플레이만 지키자는 생각을 유지한 덕분에 크게 무너지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우승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홍정민(23)이 김민주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현경(25)은 3어더파 69타로 김소이(29)와 함께 공동 4위(10언더파 278타)를 기록했다. 평균타수 1위 유현조(20)는 공동 8위(8언더파 279타)다.
KLPGA 투어는 혹서기를 맞아 2주간 휴식기를 가진 뒤 31일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으로 시즌 일정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