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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한통 3만원, 우럭값은 42% 뛰어…물가도 더위 먹었다

중앙일보

2025.07.13 01:18 2025.07.13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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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일주일 새 수박과 배춧값이 20% 넘게 뛰었다. 수온 상승에 양식 어종의 수급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폭염 여파로 시차를 두고 물가가 치솟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폭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한 시민들이 수박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1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9115원(11일 기준)을 기록했다. 수박 소매가격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2만3000원대였으나 6일 연속 상승해 단숨에 3만원에 근접했다. 일주일 사이 22.5% 상승했는데 1년 전(2만1336원)과 비교하면 36.5% 비싼 수준이다. 지난달 일조량 감소 여파로 수박 생육이 지연된 데다, 무더위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상순(1∼10일) 전국 평균기온은 28.2도로 전국 단위 기상 기록의 기준점인 1973년 이후로 가장 높았다. 7월 상순 평균기온이 28도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무더위가 찾아온 셈이다.

같은 날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4309원, 무 1개는 2313원을 기록했다. 일주일 새 각각 27.4%, 15.9% 가격이 치솟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 영향으로 배추와 무 생육에 지장이 있는 상황”이라며 “무더위 때문에 산지에서 낮에 작업에 못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폭염에 바다도 끓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서해와 남해, 제주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역대 최장인 71일 동안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던 지난해보다 보름이나 이른 시점이다. 해수 온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양식 어종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우럭 도매가격은 ㎏당 1만612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상승했다. 광어도 ㎏당 1만9300원으로 14.0%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와 농산물 가격은 각각 최대 0.07%포인트, 0.44%포인트씩 상승한다. 폭염 속에 작황이 부진하면 과일과 채소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도미노처럼 이들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인 물가도 상승하는 구조다.

폭염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31일로 역대 가장 많았던 2018년엔 채소류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9월 12.3%, 10월 13.5%, 11월 13.7%를 기록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과일 물가 역시 9월 이후 넉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여름철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지난해에도 채소 물가가 9월부터 12월까지 계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배추와 무 가격이 폭등하며 겨울 김장철까지 영향을 미쳤다.
김주원 기자
기상청은 올해 8월과 9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처럼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히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는 14일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냉방 시설 등 생육 관리를 강화하고, 비축 물량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액화 산소 공급장치와 차광막 등 대응 장비 보급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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