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재 확보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능력 있는 개인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 스타트업 핵심 팀을 통째로 데려오는 '패키지 영입'이 빅테크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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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야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와 약 24억 달러(약 3조3000억원)규모의 기술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일부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윈드서프는 자연어로 코드 작성부터 실행까지 도와주는 ‘바이브 코딩’ 도구를 제공하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팀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소개 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윈드서프 서비스가 페이지의 전체 틀부터 예시 글, 디자인 요소까지 구성하는 코드를 짜주는 식이다. AI로 개발 등 업무 생산성의 판을 바꾸려는 빅테크 입장에선 놓치기 아까운 기업이다. 실제 오픈AI도 최근까지 30억 달러에 윈드서프와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전체 인력 혹은 핵심 인력만 빠르게 확보하는 ‘애크하이어’(acquihire)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애크하이어는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로, 기업이 기술이나 제품보다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뜻한다. 재무적 관점에서 제품·서비스·시설 등의 인수를 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인수합병(M&A)과 달리, 팀이나 조직 단위의 인재를 확보하는 게 주 목적이다. 아직 지분 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시리즈 A 이전의 스타트업들이 주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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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리버스 애크하이어’
특히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만 영입하고 법인은 남겨두는 ‘리버스 애크하이어’ 형태가 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AI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인 스케일AI에 15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비롯한 핵심 인력을 영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의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주요 인력 대부분을 영입했다.
MS의 인플렉션 투자, 메타의 스케일 AI 인수 모두 리버스 애크하이어의 사례다. 기존 애크하이어가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창업자와 핵심 인재를 내부로 흡수하는 방식이라면, 리버스 애크하이어는 스타트업 법인은 그대로 두고 핵심 인력만 직접 고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 라이선스 계약이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병행해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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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왜?
전통적 M&A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빠르게 인재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AI 모델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기술 자체보다 누가 더 빠르게, 더 우수한 팀을 데리고 기술을 실행에 옮기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팀을 통째로 영입하면 내부 조직 재구성이나 협업 과정 없이 곧바로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어 개별 채용 대비 시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리버스 애크하이어의 경우 법인 전체를 인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반독점 등 M&A 규제 심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통적인 기업 인수는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일 경우 규제 당국의 사전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인력 영입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로이터는 “애크하이어는 규제 부담을 피하면서도 AI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 당국은 애크하이어 또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겉으로는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 및 채용의 형태를 띄지만, 실제로는 경쟁사를 해체하고 인수 기업에 R&D 역량이 집중되는 효과가 있어서다.
FTC는 지난해 MS와 인플렉션AI의 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거래 구조가 전통적 인수와 다르더라도 시장 경쟁 제한 효과가 있으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구글의 윈드서프 계약 또한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