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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전작권 협의 새로 시작한 것 없다…협상 카드도 아냐”

중앙일보

2025.07.13 01:38 2025.07.1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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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상호관세 적용 시점(8월 1일)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실이 한·미 통상·안보협상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감한 ‘패키지 딜’(package deal·통합거래) 협상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전작권 환수 찬반 논란이 개시될 조짐이 보이자 선제 차단에 나선 것이다.

2박 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9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전작권 협의를 새로 시작한 것은 없다”며 “전작권 이슈는 대미 관세·안보 협상의 카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위 실장은 지난 9일 방미를 마친 뒤 기자 간담회에서 “(전작권 환수는) 계속되는 장기적 현안”이라며 “아직은 안보 협의에 올라와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에도 일부 언론이 ‘전작권 전환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하자, 이를 재차 반박한 것이다.

위 실장의 이날 발언에는 정치권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친명 핵심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도 한·미 간 논의 대상인가’라는 물음에 “웬만한 이슈들은 수면 위에 올려야 한다”고 했고,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전작권 전환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법 개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전작권 전환 추진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 이후 한·미간의 장기적 현안인 ‘전작권 전환’이 새삼스러운 정치적 쟁점이 되자, 정부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무 실체가 없는데 야당 유력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이 발언을 얹으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고위 인사도 “이슈 자체가 아니었던 게 뜬금없이 거론되고 있다”며 곤혹감을 나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특히 우려하는 건 국내의 ‘전작권 전환’ 찬반 논의가 향후 한·미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파장이 안 좋은 쪽으로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세·안보 협상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위 실장이 직접 다 컨트롤한다. 당연히 다른 루트의 새 협의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작권은 전시에 연합사령관이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로 지정된 부대를 지휘하는 권한이다. 현재는 북한이 전면전을 벌이면 미군 소속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 군을 지휘하게 돼 있는데, 전환되면 지휘권을 한국군 소속 미래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선 특정 시기(2012년 4월 17일)에 맞춰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10년 4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양국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고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 조건(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따라 전작권을 전환키로 다시 합의했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세부 조건이 수백 가지에 달해, 그걸 맞추기도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해당 계획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참석한 한·미 안보협의회(SCM) 국방장관 공동 성명에서도 “전작권 전환이 한국과 동맹의 능력, 그리고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할 것임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도 논란이 커진 건 주한미군의 역할 재배치·축소를 시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방위비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안보·통상 ‘패키지 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협상 과정에 따라, 미국 측이 전작권 전환 이슈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에선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전작권 환수(還收·도로 거두어 드림)’라는 강한 표현을 쓰며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공약은 한·미 간 전작권 전환 계획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기존 정부 입장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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