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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공관 못여는 유럽…"北, 러와 밀착에 유럽과 관계 희생"

연합뉴스

2025.07.13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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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전 주북 대사들 "어려움에도 이점 있었다"
北에 공관 못여는 유럽…"北, 러와 밀착에 유럽과 관계 희생"
팬데믹 전 주북 대사들 "어려움에도 이점 있었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북한 주재 유럽 공관의 상당수가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지목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 국경이 폐쇄되기 전 북한에 주재했던 유럽 외교관들을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닫힌 유럽 대사관 중 폴란드, 스웨덴처럼 재개된 곳도 있지만 영국과 독일 등은 아직이다.
2007∼2010년, 2013∼2018년 주북 독일 대사를 지낸 토마스 셰퍼는 북한이 독일대사관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독일 정부는 '물류상 우려'를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독일 주간지 슈피겔도 독일이 북한 주재 대사관 재가동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그들(북한)은 러시아에서 음식, 연료, 통화를 얻을 기회를 잡았고 그로 인해 희생한 대가는 유럽 국가들과 관계"라고 해설했다.
팬데믹 이전 북한에 주재했던 유럽 외교관들은 대북 제재와 물자 부족, 가치관의 충돌 등 어려움에도 메시지 전달, 정보 파악 등의 이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2012∼2015년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마이크 기퍼드는 "매달 내가 직접, 또는 직원을 보내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고 현금 3만∼4만유로(4천800만∼6천400만원)를 가지고 돌아왔다"며 이런 경험을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했다.
물자 비축을 위해 중국 방문은 정기적으로 이뤄졌다. 셰퍼 전 대사는 "다리를 건너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면 웃기는 소리겠지만 '마침내 자유의 나라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도 문제였다고 한다. 2015∼2018년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앨러스테어 모건은 한 외교관의 배우자가 아파서 평원종합병원에 갔지만,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중국으로 가야 했고 결국엔 중국 병원에서 급성충수염 진단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모건 전 대사는 "북한의 해외 주재 외교관이 제공할지 확실하지 않은 메시지를 우리는 북한 정권에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생활에 대한 정보를 유럽 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북한 주재의 이점으로 꼽았다.
북한으로서도 서방 외교관을 자국에 두면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통로를 늘리는 것으로 여겼고 서방 대사관이 운영하는 인도주의적·언어 프로그램도 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을 제공할 더 큰 파트너가 필요해졌고 그게 러시아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도 그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 했지만 이를 북한 측이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모건 전 대사는 "김정은이 무엇을 하든 하노이(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로 끝났던 그 사이클에 다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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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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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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