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랍의 봄’은 시리아 국민들에게도 새로운 바람이었다. 튀니지, 이집트 등의 정권이 무너지자 시리아 국민들도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치 개혁과 자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권은 권위적이었다.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고, 고문과 살인이 이어졌다.
정부군, 반군, 극단주의 세력 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수백만 명이 튀르키예, 레바논 등 다른 나라로 피했다. 국제사회는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난민’은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 돼 강제 송환 금지와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다. 법률 용어로 ‘난민’은 일반적인 의미와 다르다. 인종·종교·정치적 이유 때문에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을 가리킨다. 내전 때문에 나라를 떠난 시리아인들도 여기에 해당됐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해발 5m쯤 된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수위가 올라가면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힌다. 섬 9개 가운데 2개는 거의 사라졌다. 투발루인들은 ‘기후 난민’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제법상 ‘난민’이 아니다. 유엔난민기구는 ‘기후 난민’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란 표현을 쓴다.
호주는 올해부터 매년 투발루인 280명을 ‘기후 난민’으로 인정해 특별 비자를 발급한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020년 기후변화로 피난한 사람들을 강제로 본국에 돌려보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기후 난민’이란 용어가 익숙해져 간다. 법적으로도 ‘난민’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하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