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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확보 전쟁중인 빅테크, 핵심 팀 통째로 데려온다

중앙일보

2025.07.13 08:01 2025.07.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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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고용’ 경쟁 확산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재 확보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능력 있는 개인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 스타트업 핵심 팀을 통째로 데려오는 ‘패키지 영입’이 빅테크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와 약 24억 달러(약 3조3000억원)규모의 기술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일부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윈드서프는 사람이 자연어로 입력한 명령에 따라 AI가 코드 작성부터 실행까지 돕는 ‘바이브 코딩’ 개발 스타트업이다. AI로 업무 생산성의 판을 바꾸려는 빅테크 입장에선 놓치기 아까운 기업이다. 실제 오픈AI도 최근까지 30억 달러에 윈드서프와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전체 인력 혹은 핵심 인력만 빠르게 확보하는 ‘애크하이어’(acquihire)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애크하이어는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로, 기업이 기술이나 제품보다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뜻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만 영입하고 법인은 남겨두는 ‘리버스 애크하이어’ 형태가 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AI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5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창업자 알렉산더 왕 등 핵심 인력을 영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의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주요 인력 대부분을 영입했다. 기존 애크하이어가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창업자와 핵심 인재를 내부로 흡수하는 방식이라면, 리버스 애크하이어는 스타트업 법인은 그대로 두고 핵심 인력만 직접 고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 라이선스 계약이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병행해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한다.

빅테크들이 애크하이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인수합병(M&A)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빠르게 인재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미 검증된 팀을 통째로 영입하면 내부 조직 재구성이나 협업 과정 없이 곧바로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어 개별 채용 대비 시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독점 등 M&A 규제 심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통적인 기업 인수는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일 경우 규제 당국의 사전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인력 영입과 기술 사용 계약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MS와 인플렉션AI 간 애크하이어 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거래 구조가 전통적 인수와 다르더라도 시장 경쟁 제한 효과가 있으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구글의 윈드서프 계약 또한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권유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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