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붉은 낙엽’ 등을 만든 이준우(40) 연출가가 연이어 1인극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1인극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오는 31일 개막하는 ‘문속의 문’도 연출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우는 “1인극은 배우가 극중 진행자인 동시에 또 다른 연출자이기도 하다”며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1인극은 연극의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속의 문’은 영국 SF 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의 1906년 단편 소설 『벽 속의 문』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성공한 정치인 웰러스는 어린 시절 우연히 발견한 문을 통해 신비로운 낙원을 경험하고 친구 레드몬드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웰러스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때때로 문을 발견하지만, 성공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매번 외면한다.
연극 ‘문 속의 문’은 정치인 웰러스의 실종 이후 남겨진 레드먼드의 기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한 명이 웰러스와 레드몬드를 모두 연기한다. 김호영과 백은혜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준우는 “원작에선 ‘문’이 꿈·희망·안식 등을 상징하는데, 이 작품에선 욕망이 투영된 대상도 된다”며 “극적 사건이 일어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왕서개 이야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2021년 ‘붉은 낙엽’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한 이준우는 현재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달에는 우란문화재단 기획연극으로 그가 연출한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 국내 초연됐다. 폭력을 통해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문 속의 문’은 실험적 예술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프로그램의 하나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의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도 참여했다. 이준우는 “관객들이 이 공연을 보고 각자 저마다 어떤 문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