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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을 외면만 할 건가

중앙일보

2025.07.13 08:14 2025.07.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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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6월말 7월초에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를 다녀왔다. 올 초 ‘딥시크 충격’을 낳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함께 간 이들이 충격 이상이라며 감탄을 토할 때 필자는 자괴감에 젖었다. 한평생 중국 보도로 밥을 먹고 살았는데 도대체 이제까지 뭘 썼나 싶었다. 사실 중국의 기술자립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되려는 중화사상 탓에 중국은 좀처럼 남에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도 자기 표준을 스스로 개발한다.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때가 한 예다. 당시 리덩후이 대만 총통이 모교 코넬대 방문을 핑계로 방미에 나서자 중국은 발끈해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 첫발은 성공이었으나 두세 번째는 실패했다. 왜?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 GPS를 이용한 게 문제였다. 이후 중국은 독자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나서 베이더우(北斗)를 만든다.

이광형 KAIST총장(왼쪽)이 항저우에서 KAIST 출신인 한비청 브레인코 대표를 만났다. 장진영 기자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는 더욱 탄력을 받는다. 중국몽(中國夢)을 이루려면 4차 산업혁명에서 정상에 올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시진핑은 최고 지도부의 공부 모임인 집단학습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베이징 중관춘에서 가졌다. 집단학습이 중난하이 밖에서 열린 건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2014년엔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의 구호가 터졌다.

2015년엔 제조강국 건설을 위한 ‘2025 계획’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전 중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은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서울에서 벌어진 사람과 인공지능의 싸움을 2억8000만 중국인이 시청했다. 알파고가 중국에 스푸트니크 충격을 줬다는 말이 나왔다. 2017년 10월 시진핑은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당 대회에서 중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대표 기술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중국은 그렇게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돼 달렸다. 한데 우리는 사드와 코로나 사태 등을 거치며 ‘중국’ 말만 나와도 외면하는 시대를 10년 가까이 살았다. 중국의 실력을 실수로 치부하며 애써 모른 체한 건 아닌지, 언론 보도 또한 중국의 발전엔 눈 감고 어두운 그늘만 찾아다닌 건 아닌지, 이래서야 다양한 얼굴의 중국을 어떻게 제대로 알릴 수 있었겠나 싶다. 이제라도 중국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냉정하게 살피는 자세가 절실하다. 배울 건 배우고 나쁜 건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안 하는 것보다는 늦는 게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유상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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