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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적격 장관 후보 비판 여론에 귀 기울여야

중앙일보

2025.07.13 08:34 2025.07.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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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이마빌딩으로 들어서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갑질 논란 강선우, 사회적 약자 챙길 자격 있나



흠결 후보 밀어붙이면 오만한 자세로 비칠 것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장관은 아무나 임명해도 되는 것인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청문 수퍼위크’를 맞아 장관 후보자들의 적격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 없다고 하지만 일부 후보자들은 해당 부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보수 정권의 장관 후보자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굳이 거론하지 않고 국민 상식에 비춰봐도 그렇다.

대표적 사례가 오늘 청문회가 열리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다. 21대 국회에서 강 후보자의 보좌진이었던 A씨는 당시 강 후보자가 수시로 집에서 쓰레기 상자를 들고 나와 버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좌진 B씨는 강 후보자가 자택 변기에 문제가 생기자 살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짐이 무겁단 이유로 보좌진을 공항 보호구역 안까지 무리하게 들어오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만약 일반 직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강 후보자는 벌써 직장 갑질로 신고당해 처벌 받았을 것이다. 의원 앞에서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국회 보좌진의 특수 지위 때문에 보좌진을 집사처럼 부리고도 무사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지난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강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활동해 온 정책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다른 것 같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보좌진을 의원 개인에게 봉사하도록 강요했다면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자질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늘 청문회에 강 후보자의 전직 보좌관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거부했다. 맹탕 청문회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다.

이 외에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코로나19 기간 질병관리청장으로 재직 시 남편이 손소독제·마스크 관련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제대로 된 해명 자료도 내지 않고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버티는 중이다. 정작 청문회가 열려봐야 민주당이 증인 출석을 봉쇄했기 때문에 어물쩍 넘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여권이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지금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비행 중이고 야당의 화력이 부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오만하게 비치는 순간 민심은 돌변할 수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청문회 때 논란이 많았던 후보자를 억지로 밀어붙였다가 나중에 후회한 경우가 많았다. 청문회에서 의혹이 명쾌하게 소명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임명을 재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여론에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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