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에 일주일 새 수박과 배추 값이 20% 넘게 뛰었다. 수온 상승에 양식 어종의 수급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폭염 여파로 시차를 두고 물가가 치솟는 ‘히트플레이션(폭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1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9115원(11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4일까지만 해도 2만3000원대였으나 6일 연속 상승해 단숨에 3만원에 근접했다. 일주일 새 22.5% 상승했는데 1년 전(2만1336원)과 비교하면 36.5% 비싼 수준이다. 지난달 일조량 감소 여파로 수박 생육이 지연된 데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찾아온 무더위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날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4309원, 무 1개는 2313원을 기록했다. 일주일 새 각각 27.4%, 15.9% 가격이 치솟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으로 배추와 무 생육에 지장이 있는 상황”이라며 “무더위 때문에 산지에서 낮에 작업하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도 끓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서해와 남해, 제주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역대 최장인 71일 동안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던 지난해보다 보름이나 이른 시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우럭 도매가격은 ㎏당 1만612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상승했다. 광어도 ㎏당 1만9300원으로 14% 올랐다.
폭염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31일로 역대 가장 많았던 2018년엔 채소류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9월 12.3%, 10월 13.5%, 11월 13.7%를 기록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과일 물가 역시 9월 이후 넉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여름철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지난해에도 채소 물가가 9월부터 12월까지 계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배추·무 가격이 폭등하며 겨울 김장철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와 농산물 가격은 각각 최대 0.07%포인트, 0.44%포인트씩 상승한다. 도미노처럼 이들 식자재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인 물가도 상승하는 구조다.
정부는 14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중심으로 병충해 예방이나 영양제 보강, 냉방시설 등 생육 관리를 강화하고, 정부 비축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