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대미 특사단장으로 유력 검토했지만, 여권 안팎의 반발 속에 사실상 무산됐다.
13일 여권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을 필두로 민주당 이언주·김우영 의원이 동행하는 대미 특사단 구성이 원점 재검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여권 내부의 비토 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지난 9일 본회의장에선 민주당 모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김 전 위원장 특사 파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텔레그램으로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과거 자신의 SN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선동, 우민, 광인 정치의 극명한 사례”라고 비판한 일도 뒤늦게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예측불허의 성향인데 자신에게 도발적인 발언을 했던 인사를 특사로 보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특사의 역할이란 어차피 한정적”이라며 “김 전 위원장 합류가 좌초된 데는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견제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7월 넷째주에 대미 특사단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말로 타진 중인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달 1일 상호관세 유예 마감 시한을 목전에 두고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미 특사단의 주요 ‘카운터 파트’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접견이 조율 중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면담한데 이은 회동이다.
문제는 당장 특사단장을 새로이 맡길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위 실장의 재방미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시간이 촉박해 협상을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사 파견이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3일 유럽연합·프랑스·영국·인도 특사단 명단을 발표했다. 14일 출국하는 유럽연합(EU) 특사단은 단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단원 전현희·손명수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됐다. 프랑스 특사단장으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발탁했다. 강 단장은 민주당 한병도·천준호 의원과 함께 15일 출국한다.
16일엔 ▶단장 민주당 추미애 의원-단원 최민희·박선원 의원 ▶단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단원 송순호 최고위원 및 이개호 의원이 각각 영국과 인도를 향한다.
이밖에 호주 특사에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 폴란드 특사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내정됐다. 일본 특사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중국 특사로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