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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등급 줄줄이 떨어졌다…이대로면 하반기도 '흐림'

중앙일보

2025.07.13 13:00 2025.07.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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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광화문 전경. 중앙DB
기업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달 26일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내렸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부진 등 영향을 반영했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케미칼의 부진으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도 기존 ‘AA-’에서 ‘A+’로 내렸다.

한기평은 지난 10일 대한전선에 대해선 정반대 평가를 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올렸고, 전망은 기존 ‘안정적’을 유지했다. 한기평은 대한전선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고 해저케이블·광케이블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망부터 ‘긍정적’으로 바꾼 뒤 신용 등급을 올리는데,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곧바로 등급부터 올릴 정도로 좋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13일 국내 3대 신평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의 상반기 신용등급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장기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이 0.79배로 나타났다. 상하향배율은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올린 회사를 등급을 내린 회사로 나눈 수치다. 1배 미만이면 신용등급을 내린 회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차준홍 기자
3대 신평사의 상하향배율은 2023년부터 줄곧 1배 미만이다. 개별 기업들의 등급 등락보다도, 흐름상 상하향배율 1배 미만 추세가 이어진다면 경제 위기 신호로 볼 수 있다. 정승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에 따라 석유화학·건설·유통 등 업종 실적이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업종별 희비는 엇갈렸다. 석유화학(롯데케미칼·LG화학·SKC·효성화학), 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BS한양), 유통(홈플러스·형지글로벌), 게임(엔씨소프트·컴투스) 등 취약 업종의 신용등급(전망)이 줄줄이 내려갔다. 반면 조선(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방위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명보험(한화생명·DB생명) 등 업종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신용등급(전망)이 올라갔다.

그룹별로 보면 SK·롯데에 등급(전망)이 떨어진 계열사가 많았다. 주력인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무 부담이 가중하면서다. 특히 SK는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거나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뀐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주력인 조선·방산·전력기기 호황으로 수혜를 누린 HD현대·한화에 등급(전망)이 오른 계열사가 많았다.

신용등급은 기업의 ‘얼굴’이다. 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올라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도 위험에도 노출된다. 가뜩이나 실적이 부진해 등급이 떨어진 건데, 낮아진 등급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가속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부동산 부실, 가계 부채 증가,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반기 전망도 흐리다. 3대 신평사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 향후 등급 하향을 예고한 회사는 91곳이었다. 전망을 ‘긍정적’으로 단 회사는 54곳에 그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 기업 부담을 키우는 정책 추진을 재고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부실 산업 구조조정, 미국과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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