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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스위치 왜 껐나""나 아냐"…에어인디아 추락 전 충격 대화

중앙일보

2025.07.13 14:54 2025.07.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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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인도 아메다바드 공항 인근 주택가에 추락한 에어인디아 171편의 잔해 모습. AFP=연합뉴스
한 달 전 추락해 26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 연료 스위치가 차단돼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조종석에서는 연료스위치가 꺼지자 “스위치를 왜 껐냐”, “내가 끄지 않았다” 등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도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한 지 약 3분 뒤에 1·2번 엔진의 연료 공급 스위치 2개가 ‘작동’ 위치에서 ‘차단’ 위치로 전환됐다.

그 결과 두 엔진으로 연료 유입이 중단됐고 엔진 출력이 감소해서 여객기의 고도가 급속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왜 연료를 차단했느냐’고 물었고, 다른 조종사는 ‘내가 끄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대화 내용이 조종실 음성 녹음에 담겼다. 이 중 누가 기장이고 부기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연료 스위치 2개가 꺼진 지 약 10여초 만에 다시 이들 스위치를 켜서 두 엔진을 재점화시켰다. 하지만 1번 엔진만 살아나기 시작했고 2번 엔진은 충분한 출력을 다시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한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 비상 신호)를 3번 외쳤고 수 초 뒤 여객기는 추락했다.

연료 스위치가 꺼진 시점에서 ‘메이데이’ 신호 전송까지 걸린 시간은 약 33초에 불과했다.

연료 스위치를 끄면 거의 즉시 엔진이 꺼지기 때문에 비행 중 이 스위치를 끄는 것은 엔진 화재 같은 비상 상황 때뿐이다.
12일(현지시간) 242명을 태운 인도 항공사 에어인디아의 AI171 여객기가 인도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국제공항 인근 거주 지역에 추락했다. 여객기의 꼬리 부분이 추락 후 충돌해 건물에 박혀있다. 해당 건물은 의대 기숙사로 이번 사고로 많은 의대생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연료 스위치가 비행 중 차단 위치로 바뀐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항공안전 전문가 존 낸스는 로이터에 “제정신인 조종사라면 비행 중에 이 스위치를 절대 끄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항공기가 이륙해 막 상승하는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한 항공우주 엔지니어이자 전투기 조종사는 조종사들이 연료 스위치를 다시 켜는 데 10여초씩 걸린 것은 “정말 이상하다”면서 “나는 스위치를 다시 켜기 위해 10초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즉시 그것들을 켤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연료 스위치가 꺼진 이유, 누가 스위치를 조작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추락 여객기의 기장은 비행 경력이 1만5000여 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으로 에어인디아 교관이기도 하며, 부기장은 3400시간의 조종 경력을 갖고 있다.

조사관들은 또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이나 엔진 제작사인 GE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증거는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AAIB는 추가 조사를 거쳐 1년 안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인도 아마다바드발 영국 런던행 에어인디아 AI171 항공편은 지난달 12일 이륙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260명이 사망했으며, 인도 출신 영국인 탑승객 1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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