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함정에서 음주·낚시·고스톱 등을 한 해경 함장을 해임 처분한 해양경찰청에 대해 해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함장의 비위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무원 신분까지 박탈하는 징계는 과도하다는 취지에서다. 서울행정법원 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전직 해경 A씨가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1996년 순경으로 임용된 A씨는 2016년 경정으로 승진한 후 2020년대 초 서해의 한 경비함정 함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의 함장 경력은 길지 않았다. 2022년 내부 신고로 시작된 감찰에서 여러 비위 사실이 무더기 적발되면서다. 2022년 12월 중앙징계위는 8가지 징계 사유를 들어 해임을 의결했다.
적발된 징계 사유는 이랬다. A씨는 출동 기간 중 함내에서 승조원들과 혹은 혼자서 총 10차례 음주한 사실이 있었다. 승조원 급식비로 45만원어치 주류 구매 및 반입을 묵인한 의혹도 있다. 또 을지연습 기간을 포함한 출동 기간 중 총 7차례 오징어 낚시도 했는데, 낚시를 앞두고 안면 마스크로 폐쇄회로(CC)TV를 가리기도 했다.
이밖에 소송 승조원이 어선 검문검색 중 홍어·간재미 등 어획물을 받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용인해 다 같이 요리해 먹거나, 함장실에서 승조원들과 고스톱을 즐긴 사실도 있었다. 이러한 사유로 해임된 A씨는 일부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징계가 과도하다고 보고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됐다.
법원은 징계 사유 8개 중 7개를 인정하면서도 해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해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징계처분이라는 점에서 파면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징계사유가 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비위행위인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다.
예컨대 음주의 경우 재판부는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짚으면서도 “음주 행위의 대부분이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승조원들의 사기진작과 화합을 위해 이루어졌고, 마신 술의 양이 각 종이컵 절반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주류 구매 역시 “유용한 예산 규모가 45만원으로 거액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징어 낚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는 중국 어선의 금어기로 불법 조업 경비업무가 평소에 비하여 줄어든 상태였다”며 “A씨 행위로 인하여 사고 발생 등 해경 업무 수행에 직접적인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고스톱의 경우는 “한 차례에 불과하고 돈 내기 등 도박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26년 간 해양경찰로 근무하면서 침몰된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17명의 베트남 선원을 구조하는 등 공적 등을 인정받아 장관급 표창을 비롯해 여러 차례 해양경찰청장 표창 등을 받는 등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동료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