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1박2일' 등을 통해 개그맨 김준호와 인연을 맺은 류호진 PD가 김준호·김지민 커플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진심 어린 존경과 애틋한 마음을 담은 소감을 전했다.
류호진 PD는 14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김준호가 생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찰리 채플린"이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과거 '1박2일' 촬영 중 김준호가 자신의 생일인 12월 25일에 찰리 채플린이 세상을 떠났다는 '뉴욕타임즈' 부고란을 진지하게 찾아 보여주던 순간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류 PD는 "형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내가 형을 그렇게 잘 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나에게 형은 언제나 가장 재밌는 희극인이고, 가장 너그러운 출연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준호의 관대함과 위트가 없었다면 자신의 30대가 진흙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김준호가 자신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고백했다.
또한 결혼식장 입구에서 찰리 채플린으로 분장한 김준호와 오드리 햅번으로 변신한 김지민을 본 류 PD는 깊은 감동에 젖었다. 그는 이들을 '환대를 아는 사람', '상대를 웃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 칭하며면서 "그런 두 사람이 만난 거라면... 그 이상의 결혼이 있을까. 찰리와 오드리가 만난 날이니까"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류호진 PD는 김준호의 찰리 채플린 분장이 단순한 콘셉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1977년 12월 25일에 태어난 희극인이고, 우리에게 뉴욕타임즈의 부고란을 보여준 사람"이라면서 김준호가 가슴 깊이 인생의 소명을 갖고 살아왔으며,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날에 그 모습을 상대와 하객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1200명의 하객 중 한 사람이었음에도, 김준호로부터 '오롯한 환대와 장래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는 그의 고백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후 류 PD는 김준호의 생일이 1977년이 아닌 1975년이라고 정정했다.
류호진 PD는 김준호·김지민 부부를 향해 "두 분 언제까지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기다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으니, 이제 더 좋은 일의 이유가 되는 오늘이 되시길 소망할게요. 늘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형님"이라고 전했다.
김준호를 향한 진심 어린 존경과 애정,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결혼식에 대한 감동이 고스란히 담긴 류호진 PD의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관계의 의미와 따뜻한 웃음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한편, 김준호와 김지민은 지난 1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가족과 친척, 가까운 지인들만 모시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결혼식 사회는 SBS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에서 김준호와 호흡을 맞춘 이상민이 맡았으며, 축가는 가수 변진섭과 거미가 불렀다.
[사진]OSEN DB.
이하 류호진 PD 전문
준호형은 농담을 잘 하는 사람이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찰리 채플린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난 첨엔 그게 그냥 방송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전 쯤에 ‘1박2일’에서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갔었는데, 형은 거기서 자신의 생일에 일어난 일을 알아내라는 미션을 받았다. 1977년 12월 25일은 형의 (공식적인) 생일이고, 그날은 찰리 채플린이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형은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관정도서관 자료실에서 1977년 12월 25일자 ‘뉴욕타임즈’의 부고란을 찾아 보여주었다. 그는 그 순간 아주 진지했는데, 그게 방송에 다 담기진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일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형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내가 형을 그렇게 잘 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지만, (그리고 이런 말을 형에게 한 적도 없지만) 나에게 형은 언제나 가장 재밌는 희극인이고, 가장 너그러운 출연자였다. 어릴 땐 세상 많은 일이 그저 자동적으로 돌아 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극 T인 나로선 '우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각자 일을 열심히 하면 된 거 아닌가'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 볼 때 형의 그런 관대함과 위트가 없었다면, 나의 30대는 결과적으로 진흙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형의 결혼식장 입구에서 찰리 채플린과 오드리 햅번을 마주쳤는데, 그냥 그게 너무 좋아서,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주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분들이고, 그 사랑의 원인이랄까 힘을... 저 멋진 사진 한장에서 뭉클하게 느껴서였다.
환대를 아는 사람. 상대를 웃게 하고 싶은 사람. 그런 두 사람이 만난 거라면... 그 이상의 결혼이 있을까. 찰리와 오드리가 만난 날이니까.
형의 찰리 채플린 분장은, 스드메를 맞추며 정한 컨셉이 아니다. 그는 1977년 12월 25일에 태어난 희극인이고, 우리에게 뉴욕타임즈의 부고란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는 가슴깊이 인생의 소명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이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날에, 그의 상대와 하객에게 그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나는 1200명 중 한 사람으로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오롯한 환대와 장래의 이야길 형에게서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분 언제까지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기다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으니, 이제 더 좋은 일의 이유가 되는 오늘이 되시길 소망할게요. 늘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형님.
덧붙인 글. 형은 1975년생이네요. 도서관에서의 이야기가 기억이 윤색되면서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준호형이 태현이형프콘이형 보다 어릴 수가 없음;; 하지만 그럼에도, 준호형이 저의 찰리임은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