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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품은 반구천 암각화…울산 문화관광도시로 첫발

중앙일보

2025.07.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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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시민이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 12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된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신석기 인류의 고래사냥 흔적이 새겨진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울산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결정됐다. 울산시는 이를 계기로 반구천 일대를 포함, 지역 곳곳을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14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오는 19일부터 울산 시티투어 코스를 개편해 반구천 암각화 중심의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존 야간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달빛관광'에는 주간 투어를 신설하고, 일요일 '패밀리관광'은 '세계유산관광'으로 바꾼다. 두 프로그램 모두 반구천 암각화와 암각화박물관을 포함해 문화유산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예약은 울산시 통합 관광 플랫폼 '왔어울산(What a Ulsan)'을 통해 가능하다.

13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경. 지난 12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된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또 203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총 175억원을 투입, 총연장 11.6㎞의 역사문화 탐방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탐방로는 '천전리암각화길(2.6㎞), '반구대암각화길(3㎞), '반구옛길'(5.7㎞) 등 3개 구간으로 나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울산 울주군은 오는 31일까지 군청 내 울주갤러리에서 암각화 사진과 옹기작품 등 35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울산시는 오는 18일부터 9월 20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울산의 밤, 이야기 야시장'을 운영한다. 세계유산 등재에 맞춰 열리는 이번 야시장은 푸드트럭 20대, 체험·판매 부스 40곳, 포토존 등으로 구성된다. 암각화를 주제로 한 수제 기념품과 체험 프로그램은 청년 창업가, 지역 소상공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고래 척추뼈에 동물 뼈로 만든 작살촉이 박힌 '골촉박힌 고래뼈' 유물. 사진 울산시

울산박물관은 오는 10월 26일까지 특별전 '고래 뼈, 시간을 꿰뚫다'를 통해 선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 핵심은 고래 척추뼈에 동물 뼈로 만든 작살촉이 박힌 '골촉박힌 고래뼈' 유물로, 신석기 시대 고래사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평가된다.

디지털 기반 체험형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울주군보건소는 스마트폰 앱 '워크온(WalkOn)'을 활용한 반구천의 암각화 캐릭터 잡기 걷기 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참가자들은 걷기 활동을 통해 암각화 속 고래·호랑이·멧돼지 캐릭터를 수집하며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유적지를 직접 방문하면 추가 포인트를 준다.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울산 도심 곳곳에는 국내외 예술가의 공공미술 작품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를 제작한 셰퍼드 페어리, '포르투갈의 로댕'으로 불리는 조각가 빌스, 프랑스 출신 벽화 작가 존원 등이 참여한 벽화와 조형물은 울산의 거리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울산의 정체성과 미래를 이끌 핵심 자산"이라며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울산을 선사 문화와 현대예술이 공존하는 문화관광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13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동물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된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반구천의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암각화 문화로 평가받는다. 1971년 12월 25일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300여 마리의 동물 형상이 새겨져 있으며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상류의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의 그림뿐 아니라 신라 시대의 문자와 기하학 문양 등 625점의 조각이 남아 있어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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