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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관세협상 타결 원한다"…여한구 "선택과 결단의 시간"

중앙일보

2025.07.13 21:51 2025.07.1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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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이 자신이 부과한 관세를 낮추기 위해 자국 시장을 개방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상당한 관세를 내고 있고, (관세)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파 클럽월드컵 경기에 참석해 관중들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AFP=연합뉴스

이미 여러차례 관세를 유예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실제 관세를 부과할지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주도해온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하는 선택과 결단의 시간”이라고 했다.



“한국은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EU는 그들의 나라를 개방하고 싶어한다”며 3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EU와의 막판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 25%’ 서한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일본에 대해선 “일본은 시장을 개방하는 정도가 (EU에 비해) 훨씬 적다”며 또다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일본은 미국에 자동차 수백만대를 팔지만, 미국 자동차를 받지 않아 우리는 일본에 자동차를 팔지 않는다”며 자동차 교역 문제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국가와의 협상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들 모두 자기들의 방식을 매우 매우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주요 교역국과의 물밑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압박하는 백악관…“실제 관세 부과할 것”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오전 ABC 인터뷰에서 ‘관세 서한이 협상용인지 실제 부과할 내용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생각하기에 좋은 합의를 얻지 못하면 진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될지 두고 보겠다”며 조속한 협상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파 클럽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해 미국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해싯 위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무역 팀이 협상한 개략적인 합의들을 일부 봤는데 합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세에 대한 최종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하게 될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보우소나루와 관련한 (트럼프의) 불만 때문”이라고 했다. 관세가 정치적 요인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쇠고기·쌀 등 쟁점…“정치적 결단 필요”


외교 소식통은 “한·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분야의 상당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비관세 장벽 관련 사안”이라며 “여한구 본부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이후 정부가 입장을 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단의 핵심은 농축산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미국은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과 쌀 수입 확대 등 농산물 문제와 디지털 규제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상태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하는 빅테크 기업 규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여 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국회와 최대한 협의해 협상안에 대한 맨데이트(위임)를 받는 과정이 미국과의 협상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특히 “모든 협상에서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고,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 5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 당시 서울시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중고생들의 접근을 막았지만 수백명의 학생들도 집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쌀 시장 개방 등 민감한 분야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자칫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직면할 정치적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먹’ 치켜든 트럼프…‘타코’ 관측은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파 클럽월드컵 경기에 참석해 관중을 향해 오른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중 총격을 당한지 1년이 되는 이날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해 관중 앞에서 오른 주먹을 치켜들었다. 피격 당시 피를 흘리며 “싸우자(Fight)”고 외쳤던 모습을 재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관중석에선 ‘미국(USA)’을 연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와 야유가 함께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이후 성명을 내고 “암살 시도 이후 1년이 지났고 우리나라는 새로운 황금기의 한복판에 있다”며 “하나님이 나를 구해준 것은 의로운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내 굳은 신념이고, 그 목적은 사랑하는 우리 공화국을 위대하게 복원시키고 이곳을 파멸하려는 자들로부터 나를 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와 이민정책 등에 대한 강경 노선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영옥 기자
다만 관세 부과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주식시장 등 투자 심리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관세를 위협이 아닌 협상 전략으로 보고 실제로 부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다시 ‘겁을 먹고 도망간다’는 의미의 ‘타코(TACO)’로 인한 관세 부과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타코에 대한 안일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지난친 낙관론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의견을 내세웠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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