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등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특검) 수사팀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 금지 상태에서 호주 대사로 임명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4일 브리핑에서 “(조 장관을)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출국금지된 상태에서 호주 대사로 임명되고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받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한 시민단체는 조 장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범인 도피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특검팀은 조 장관을 상대로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출국했다가 귀국하는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3일엔 외교부 당국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해당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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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실 회의 참석자들 줄소환
특검팀은 이른바 ‘VIP 격노설’의 진원지인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당시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윤 전 대령이 격노한 걸 봤나” 등 취재진 질문에 모두 답변하지 않은 채 특검사무실로 들어갔다.
특검팀은 이번 주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1일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진 과정,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번 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추가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월 31일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VIP가 격노했다”고 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지난 7일 조사에선 “VIP 격노설 등에 대한 부하들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그런 사실이 없다”(2023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답변할 수 없다”(2024년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청문회) 등과는 다른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