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14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을 비롯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련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주요 경영진에 대한 1차 소환조사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구속 수사로 신속히 전환하겠단 뜻이다. 이 회장과 조 전 회장은 서로에게 주가조작 책임을 떠넘기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
특검팀 첫 신병확보 시도도 삼부토건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이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이 회장과 조 전 회장,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진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데도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외부에 알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상승시켜 이익을 본 혐의다. 이기훈 부회장은 이일준 회장의, 이응근 전 대표는 조성옥 전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지난 3일 삼부토건 본사 압수수색으로 특검팀 1호 수사를 시작한 데 이어 첫 번째 구속영장의 대상도 삼부토건 관련자가 됐다. 특검팀은 주가조작 혐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김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과의 관련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한 차례 조사에서 모두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를 알지 못 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김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가 2023년 5월 해병대 출신 지인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고 말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전 대표의 ‘삼부 체크’ 언급 이후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하면서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했다.
━
“김건희 모른다” 부인·떠넘기기에 구속 수사 전환
특검팀은 불구속 상태에서 이 회장과 조 전 회장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가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과 대표, 웰바이오텍의 회장과 전 대표 등 7명을 소환 조사했다. 웰바이오텍은 이일준 회장이 최대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삼부토건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올랐다.
이 회장과 조 전 회장은 앞선 특검 조사에서 서로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 분류를 위한 작업을 자신이 주도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부인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2022년 삼부토건 인수 작업을 시작하면서 회장을 맡았지만, 조 전 회장의 지분이 상당 기간 유지됐다. 조 전 회장의 사람인 이응근 전 대표는 2024년까지 삼부토건에 근무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조 전 회장이 일종의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한 만큼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부토건 주가는 2023년 5월 1500원대였다. 이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이 열리고,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하면서 같은 해 7월엔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회장과 조 전 회장이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히 조 전 회장은 이 기간 삼부토건 보유 지분을 대부분 매도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인위적 주가 부양을 위한 시도가 2022년 6월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현지 지방자치단체‧기업 등과 체결한 MOU가 허위였는지가 구속영장실질심사의 쟁점이 될 예정이다. 삼부토건이 체결한 MOU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실제 추진한 사업이 없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관계자와 우크라이나 포럼을 주최한 유라시아경제인협회 관계자로부터 “MOU가 허위·과장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