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많이 쓰는 반도체·데이터센터·철강·석유화학 등 국내 4대 산업에서 2042년 21.4TWh 규모의 무탄소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전체 전력소비량(45.8TWh)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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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탄소 전력 충당률은 53.4%”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4대 산업의 올해 무탄소 전력 충당률은 53.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무탄소 전력 충당률은 기업의 전력 수요 중 재생에너지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으로 충당 가능한 비율을 말한다. 보고서는 무탄소 전력 충당률이 2038년 81.6%, 2042년 93.0%로 오르긴 하지만, 기업들의 전력 초과 수요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경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PPA 제도 활성화를 제시했다. PPA는 기업이 특정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계약과 인증서 등을 통해 전기의 흐름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행 수단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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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소 전력’에 원전 포함해야”
문제는 국내 PPA 제도상 구매 가능한 전원이 재생에너지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개정된 전기사업법에 따라 국내 PPA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등만 대상에 포함되고 원자력 발전은 제외된다.
반면 미국·프랑스 등은 원전까지 PPA 전력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과 20년간 PPA를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이후 해체 수순에 있던 이 원전은 MS의 PPA 체결로 재가동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경협은 “무탄소 전력원에 기존 원전을 포함하고 원전 이용률을 상향할 경우, 2042년 충당률은 기존 93.0%에서 101.8%로 8.8%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PPA 이행 시 발생하는 전력거래대금 중 망이용료, 전력기반기금 등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20년부터 기업의 PPA 비용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PPA 참여 발전설비의 투자비의 3분의 1을 정부가 지원하기도 한다. 대만은 2023년부터 망이용료의 80%를 감면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