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경영계에선 “산업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확산돼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국회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노동정책 간담회에서 “노조법 개정은 단순한 법 개정 차원의 문제가 아닌,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엔 안호영 환노위원장, 김학영 국회부의장 등 환노위 여당 위원 6명이 참석했다. 재계에선 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 임원들이 자리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근로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 등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과 노동계에선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에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 경우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원청 사업주가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청 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 기업은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도 있다. 그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 규정과 관련해서도 손 회장은 “실제로 파업이 발생하면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고,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불법행위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사용자가 조합원 개개인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며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 대다수는 사업장 점거와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가 원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마저 제한된다면 산업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크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노란봉투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노동시장 격차 완화를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이 시급하다”며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여당은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여당이 수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기대한다. 안호영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수용 가능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환노위의 책임”이라며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상생 해법을 함께 마련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