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년10개월 만에 3200 고지를 넘어섰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3202.03으로 전 거래일보다 0.83% 올랐다.
주가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10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K 주식 쇼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5월 2조100억원, 6월 3조760억원 등 두 달간 총 5조86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비해 이날 기관 투자가와 개인 투자자는 각각 2256억원과 1676억원을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87% 상승해 주당 3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11일에도 장중 한때 30만원선을 넘어섰지만,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30만원 고지를 넘는데는 실패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523조원)를 돌파하는 등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게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대규모 언어모델(LLM)이나 딥러닝 모델의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황제주’에 등극했다. 이날 효성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3.07% 오른 100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금까지 코스피에서 주당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 종목은 삼양식품(146만2000원)·태광산업(123만6000원)·삼성바이오로직스(104만2000원) 등 3종목에 불과했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직류 송전시스템(HVDC) 등 AI 구동에 필수적인 전력 설비를 생산·수출한다. 14일 기준 효성중공업의 주가는 연초(1월2일) 대비 148% 오른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한령 해제 수혜주’인 화장품 섹터(분야)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중국에 화장품을 직접 수출하는 한국화장품(20.39%)과 토니모리(4.38%) 등이 상승세를 보였고, 코스닥 시장에선 삐아(BBIA)가 3.24% 올랐다.
금융·증권주에 이어 상법 개정 수혜주로 꼽히는 보험사의 주가들도 일제히 올랐다. 삼성화재(9,.51%), 현대해상(6.70%), 미래에셋생명(6.93%) 등이다. 보험사 역시 자사주 보유 비중과 배당 성향이 높은 업종으로 주주가치 제고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섹터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K주식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2년 내 코스피 5000선 달성’을 언급한 JP모건에 이어 맥쿼리 역시 ‘한국 주식 전략 : 놓치지 말라(Don’t miss ou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의) 이번 랠리는 단기 경기 회복이 아닌 10년짜리 구조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코스피 4000 도달은 정점이 아닌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으로 여전히 선진국보다 낮고, ▶코스닥시장의 경우 외국인 보유 비율이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는 점 등을 주목할 요인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