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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크립토 위크’ 돌입…힘 받는 비트코인, 12만 달러 돌파

중앙일보

2025.07.14 02:13 2025.07.1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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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처음 12만 달러를 넘어섰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가상자산 3법’을 집중 논의하는 이른바 ‘크립토 위크’를 시작하면서다.
비트코인 기념주화. 로이터=연합뉴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 12만2189달러(약 1억7000만원)로, 전날 대비 4% 넘게 급등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12% 넘게 올랐다. 시총 2위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2.77% 상승한 3045달러(약 420만원)에서 거래됐다. 이더리움이 3000달러를 넘긴 것은 5개월 만이다.

앞서 미 하원은 이번 주(14~18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며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담은 ‘지니어스 법안’,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직접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하는 걸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 등이 투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미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 법’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감독권에 대한 이견이 좁혀진다면 미 의회를 최종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옥 기자
파이낸셜타임스(F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번 ‘크립토 위크’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기조에 힘이 실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머 머싱거 블록체인협회 대표는 “지난 4년간 혁신을 시도할 때마다 법적 제재에 직면해왔고, ‘무등록 증권’이라는 시비에 시달렸다”며 법적 기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금융서비스 회사인 맨틀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인 팀 첸은 “자본 배분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어느 정도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 의회 움직임에 힘 입어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대비 약 30% 급등했다. 글로벌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이 올해 3분기 말까지 13만5000달러(1억8600만원), 연말까지 20만 달러(2억7600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근거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 기업의 비트코인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실제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ETF는 올해 들어 역대 가장 많은 자금(11억8000만 달러)이 유입됐다. 디지털 자산과 관련 없는 기업들도 기업 재무를 위해 암호화폐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자산시장 조성업체 QCP의 창립자인 다리우스 싯은 “상장사들이 재무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매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으로 불렸던 비트코인은 최근 실물 금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탈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기술주 중심의 강세는 비트코인 상승장에 불을 지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대표 안전자산’ 금과 대비된다. 그렉 치폴라로 뉴욕디지털투자그룹(NYDIG)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동일한 변수들인 글로벌 위험 선호 심리, 중앙은행 정책, 지정학적 위기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관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거시경제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시장은 미국 Fed가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른 달러 약세에 위험 자산 선호 심리도 커졌다. XBTO트레이딩의 조지 맨드레스 선임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에 “비트코인에 대한 관점이 단순한 투기 자산에서 구조적 희소성을 지닌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성숙하고 있다”며 “최근 상승세는 거시적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반영된 결과이고, 이전 강세장에서처럼 급격한 변동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폴라로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한정된 공급량과 탈중앙화라는 구조적 특성은, 시장 환경이 달라질 경우 다시금 차별화된 자산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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