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뒤통수 맞은 EU 실망·당혹…협상전략 재정비
8월1일부터 30% 관세 예고…무역수장 "합의 근접했었는데…"
보복조치 준비 병행하되 '로키'…佛은 강경수단 활용 촉구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내달 1일부터 3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고를 받은 유럽연합(EU)이 협상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EU 27개국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이사회 통상 부문 회의에서 대미 협상을 이끄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공유받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율 통보 서한 발표 이틀 만에 열린 이날 장관급 회의에서는 당혹과 실망이 역력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쪽에서는 합의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수주간 원칙적 합의를 협상해왔고 거의 다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 관세가 현실화하면 "무역을 사실상 차단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서한에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EU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미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서 큰 틀의 협상 방향을 규정하는 이른바 '원칙적 합의'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었다. 언론에도 자신들은 한국, 일본 등과 달리 '트럼프 서한' 수령 대상이 아니며 이르면 수일 내에 합의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9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발송한 서한으로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한 반면, 우리의 협상은 EU가 더 높은 관세 부과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EU에 협상 불발 시 8월 1일부터 30%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더욱이 30%는 당초 4월 상호관세가 처음 발표됐을 때 EU에 적용한 20%보다 높은 수준이다. EU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EU 각국은 대체로 대서양 '무역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반기 EU 의장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미국과 어떤 종류의 무역전쟁도 원하지 않는다"며 "아직 8월 1일까지 협상할 시간이 있고 장담컨대 모든 회원국이 공정한 합의 도출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협상테이블에서 지렛대가 될 보복조치 준비를 병행하되 불필요한 자극은 삼가자는 분위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 0시부로 자동 발효 예정이던 1차 보복 조치 시행을 8월 초까지 추가로 연기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아직 논의 단계인 2차 보복 조치 규모도 당초 1천억 유로(약 161조원)에서 720억 유로(약 116조원)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EU 주요국인 프랑스는 협상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등 더 강경한 대응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다. 전례 없이 강력한 무역 방어 수단이라는 점에서 '바주카포'로도 불린다.
그러나 전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ACI는 비상 상황을 위해 마련된 도구다. 우리는 아직 그 상황에 이르진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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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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