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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이글이글’…그레이스 킴의 역전극

중앙일보

2025.07.14 08:01 2025.07.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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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호주 교포 그레이스 킴이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뻐했다. [AFP=연합뉴스]
“골프는 장갑 벗기 전까지 모른다”라는 골프계 속설을 떠올리게 한 명승부였다. 호주교포 그레이스 킴(25·한국명 김시은)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전 드라마를 쓰며 우승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극적인 칩인 버디와 끝내기 이글을 성공시키며 ‘메이저 퀸’으로 등극했다.

그레이스 킴은 13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골프장(파71·6218야드)에서 열린 대회 연장전에서 지노 티띠꾼(22·태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나란히 최종합계 14언더파를 기록한 뒤 이어진 1차 연장전에서 그레이스 킴은 그림 같은 칩인 버디로 승부를 2차 연장전으로 끌고 갔고, 이어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2023년 4월 롯데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올린 그레이스 킴은 통산 2승째를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2년 전 첫 우승 당시에도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20만달러(약 16억5000만원). LPGA 투어 5년 치 시드도 받았다.

지난 2000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레이스 킴은 호주에서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았다. 호주 여자 골프 ‘전설’ 카리 웹(51)이 주는 유망주 장학금을 네 차례 받았고, 2021년에는 호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이 됐다. 2023년부터 LPGA 투어에 참가한 그레이스 킴은 세 번째 출전 대회인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고, 이번 우승으로 호주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최종라운드를 10언더파 공동 3위로 출발한 그레이스 킴은 라운드 내내 ‘널뛰기’를 했다. 전반 출발과 함께 보기 2개를 하더니 7번 홀(파5)에서는 이글을 잡았다. 이후에도 버디 2개-더블보기-버디 2개로 어렵게 2타를 줄였다. 이런 흐름은 18번 홀에서 확 달라졌다. 완벽한 세컨드 샷으로 이글을 추가하면서 티띠꾼과 나란히 14언더파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마쳤다.

1차 연장전(18번 홀)에서 그레이스 킴의 세컨드 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 페널티 구역으로 향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1벌타를 받고 시도한 네 번째 어프로치가 컵에 그대로 들어갔다. 버디를 잡은 티띠꾼과 다시 비겼다. 그레이스 킴은 2차 연장전에선 침착한 그린 공략으로 핀 3.6m 옆을 지켰고,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경기를 끝냈다. 그레이스 킴은 “1차 연장전 상황(벌타)은 실망스러웠지만, 마지막까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올해 초반에는 의욕이 떨어지고 회의감도 들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감기까지 걸려 힘들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생각보다 빨리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그레이스 킴과 나란히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이소미(26)는 2타를 잃어 최혜진(26)과 함께 공동 14위(8언더파)를 기록했다. 한국은 올해 네 차례 메이저대회를 우승 없이 마쳤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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