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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전통시장 상인 “누가 오겠나”

중앙일보

2025.07.14 08:01 2025.07.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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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속태우는 전통시장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라간 지난 9일 서울 광장시장의 한산한 모습. 이 시장은 쿨링포그 등 별도 냉방시설이 없다. 노유림 기자
“완전 찜통인데, 손님이 오겠어요? 장사고 뭐고 온종일 놀았지 뭐.”

지난 8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영천시장, 이곳에서 10년째 과일 가게를 운영 중인 50대 박모씨는 장사가 안된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8도로 118년 만에 가장 더운 날이었다. 오후 6시를 넘긴 시간에도 시장 안은 찜통처럼 뜨거웠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너무 더워서인지 하루종일 시장에 손님이 거의 없다”며 “바깥에 내놓은 채소도 더위에 더 빨리 물러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생선, 과일, 채소 등 온도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상점의 경우 더위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제품의 신선도를 어렵게 유지하고 있지만 판매가 저조해 상인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전통시장을 위한 무더위 대책으로 증발식냉방시설(쿨링포그)을 설치하고 있지만 설치율은 저조하다. 14일 서울시의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지원현황 등에 따르면 서울 내 418개 전통시장 중 쿨링포그가 설치된 곳은 13곳(3.1%)에 불과하다. 건물과 연결되거나 지하상가에 위치하는 등 햇빛에 덜 노출된 전통시장을 제외하고 따져도, 269개 시장 중 11개로 설치율이 4.1%에 그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9곳에 이어 올해도 4개 시장에 각각 1억~4억원을 들여 쿨링포그를 설치했다”면서 “현장 의견을 수렴하면서, 전통시장 폭염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통시장 중 최대 규모인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경우에도 쿨링포그 등 별도 냉방시설이 없다. 9일 광장시장을 방문해보니, 시장 입구와 가까운 가게는 그럭저럭 견딜만했지만 전이나 부침류를 판매하는 광장시장 전골목은 10분만 서 있어도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방문객 김리건(28)씨는 “기름을 써서 음식을 굽고 튀기는 점포가 많은데 열기가 뜨거워 숨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올해 7월 전망 경기체감지수(BSI)는 76.2로 전월 대비 2.9포인트(p) 떨어졌다. BSI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조사에 참여한 소상공인 37.6%는 폭염, 장마 등 날씨에 따른 ‘계절적 비수기 요인’을 경기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예고한 상태. 상인들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실내 점포를 찾아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등 전통시장을 외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온열 질환 사고가 우려되는 환경을 방문해 소비 쿠폰을 사용하는 건 쉽지 않다”며 “전통시장 영업을 위한 환경 개선을 위해 지원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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