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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과거 수당 소급해달라”…통상임금 쇼크

중앙일보

2025.07.14 08:02 2025.07.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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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새 정부 첫 하투 ‘긴장’

한국GM 노동조합은 14일 두 조로 나눠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비가 내리던 이날 오후 1시 인천 부평공장 조립사거리에선 빨간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들이 “매각 반대” 구호를 외쳤다. ‘철수설’까지 도는 한국GM은 매각 반대가 노조 구호일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그런데도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월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성과급·격려금 규모만 1인당 6390만원에 달한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타격이 큰데 노조가 ‘매각 반대’를 앞세우면서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나은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1일 부분 파업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조선 호황’ 바람을 타고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정년 연장(현재 만 60세→만 65세), 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하투(夏鬪)가 본격화하고 있다. ‘친(親)노조’ 성향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조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임금과 성과급 인상뿐 아니라 정년 연장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맞닿은 내용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내용의 주 4.5일제 도입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 이후 첫 노사 협상이라 통상임금이 하투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는 각종 수당을, SK하이닉스 노조는 차량 유지비·유류비 등을 통상임금에 넣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대기업 노조가 통상임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유리한 교섭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사측은 통상임금으로 따지는 연장근로를 줄이는 식으로 인건비 부담을 낮추려고 하는데 노조는 통상임금을 고리로 임금 인상을 노리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도 한창이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 당시 소송을 낸 경우를 제외하곤 통상임금의 소급 적용을 제한하도록 했는데, 대기업 노조가 소송으로 대응하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원 1279명이 “과거 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은 지난 4일 첫 심리가 열렸다. 기아 노조도 지난 2월 통상임금 소급분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상여 850%를 통상임금에 넣어 시간 외 수당(연장·야간휴일)과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노사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가 통상임금에 ‘비행수당’을 포함해 달라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소송하는 대신 1인당 2000만원씩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위로금만 8200억원 규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연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통상임금 산입 여부에 영향을 받는 기업의 1년 치 순이익의 14.7%에 달한다. 이승길 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글로벌 불황에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외환(外患)’을 겪는 와중에 노조 하투로 ‘내우(內憂)’에 빠졌다”며 “올해는 통상임금 변수까지 맞물려 임단협 타결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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