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공존하는 세상에 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인간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 결과 인간 노동자는 같은 작업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AI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직무와 관련해서 AI를 사용하게 된 지금, 과연 그런 전망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I 연구 회사 미터(METR)는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에게 무작위로 작업을 의뢰했다. 실험군에는 AI를 사용해서, 대조군에는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작업을 하게 했다. 전자에 해당하는 개발자들은 작업 전에는 AI의 도움으로 작업 속도가 평균 24% 향상될 거라고 전망했고, 작업 후에는 평균 20%의 속도 향상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조군과 비교해 본 결과, 완전히 반대였다. AI를 사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작업 속도가 19% 느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실험을 진행한 미터는 개발자들이 AI를 사용하는 동안 코딩을 멈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AI에게 묻는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이를 다듬기를 거듭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AI가 코드를 제공하면서 절약된 시간보다 더 길었던 것이다. 따라서 미터는 AI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주장을 무턱대고 믿기보다는 실제로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못한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생산성과 관련한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다가 시간이 흐르고 보편화된 후에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AI에 관해서는 과대평가와 과소평가를 모두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