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상대팀의 좋은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냅시다.”
지난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가나가와 대회 개회식에서, 추첨으로 선수선서를 맡게 된 게이오고 3학년 야마다 노이(山田望意) 주장의 발언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요즘 일본에선 여름 고시엔 지방 예선이 한창이다. 가나가와현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격전 지역으로, 이날 개회식에는 172개 팀이 총출동했다. 구장 내 통로에는 ‘첫 경기 돌파’ ‘16강’ ‘고시엔 우승’ 등 제각각의 목표를 적은 문구가 붙어있었다. 학교는 다르지만 모두 학교 부카쓰(部活·동아리활동)에서 만나 고된 훈련 끝에 이곳까지 온 이들이다. 이런 서로의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하자는 야마다 주장의 제안은 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H2’ ‘슬램덩크’ ‘하이큐!!’ 같은 만화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중·고등생들에게 부카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국의 약 80% 학생이 스포츠나 음악 등 특정 부카쓰에 소속돼 있는데, 이들에게는 학급과 버금가는 의미가 있다.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깊은 신뢰관계를 쌓고, 평생의 동반자가 된다.
이처럼 일본 청춘의 대명사인 부카쓰에도 최근 저출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야구·축구 등 팀스포츠의 경우 선수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운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나가와 대회 개회식에도 부원이 부족한 학교끼리 구성한 ‘연합팀’ 6개가 참가했다. 또 휴일에도 연습해야 하는 부카쓰의 특성상, 지도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22년 우선 공립 중학교를 대상으로 부카쓰를 민간단체나 기업 등이 운영하는 지역 클럽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식으로 지난 3년간 휴일 부카쓰 활동을 민간이 지원하도록 준비했고, 2026년부터는 평일을 포함한 본격적인 위탁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베시는 2026년 8월, 모든 시립 중학교의 부카쓰를 폐지하고, 지역 클럽으로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난 1~2월 운영단체를 모집한 결과 등록한 단체가 전체 부카쓰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달 말까지 추가 모집 중이다.
고등학교도 앞으로 이런 변화를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지인들이 “학생들이 공부 외에도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는 일본이 부럽다”고 했던 부카쓰 문화가 옛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