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운동 당시 발표한 독립선언서에서 민족 대표 33인은 조선이 정치적으로 자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만방에 선언했다. 자주독립국은 독자적인 국민·영토·주권이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엔 한글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자주독립국의 조건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근엔 인공지능(AI) 주권이 추가된다.
AI 자주독립을 다른 말로 ‘소버린 AI(Sovereign AI)’라고 부른다. 이는 자체 AI 모델, 인프라, 데이터, 인력 및 경제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갖춘 국가 역량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기술과 산업 자율성, 안보, 책임성을 갖고 동시에 자체 개발 및 유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자주독립국 조건에 AI 역량 추가
AI 기초 모델과 GPU 대량 필요
10개 AI과 신설, 석박사 육성을
특히 AI 자주독립이 중요한 이유는 AI를 보유해야 국가 안보, 데이터 주권, 지능의 조건, 산업의 성장 주도권, 경제적 독립성, 정치적 주권, 산업 경쟁력, 국제적 영향력, 문화적 특수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자주독립을 확보하려면 네 가지 핵심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국가는 파운데이션 모델이라 불리는 AI 기초 모델이 있어야 한다. 이 모델은 종합적이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AI 모델이다. 미국의 챗GPT,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모델이 대표적이다. 문서 작성, 영상 생성 기능뿐 아니라 로봇과 결합한 물리 AI도 포함한다. 기초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AIX’라는 응용 AI 개발이 가능하다. 추가학습을 통해 개인적인 AI 서비스를 목적으로 에이전트 AI(Agent AI)로 사용될 수도 있다.
AI 기초 모델 없이는 독자적인 AI 기술도 서비스도 존재할 수 없다. 만약 한국에 자체 AI 기초 모델 없다면 외국 제품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입한 AI 기초 모델에서 한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성능이 저하되면 우리 글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외국산 모델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 가격을 대폭 올릴 수 있고 공급을 제한할 수도 있다. AI 종속국이 되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필요하다. GPU 없는 AI 자주독립은 없다. 모델의 개발 시간과 성능, 사용자 용량은 전적으로 GPU 보유 대수에 비례한다. GPU 보유 대수가 바로 AI 실력이자 국력이다. GPU가 집적된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곳에서 벤처 기업, 학교와 연구기관이 AI 모델을 개발하고 AI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1990년대 인터넷 고속도로를 만들었듯이 2020년대에는 AI 데이터센터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 여기서 산업과 경제가 꽃을 피운다.
셋째, AI 독립국의 핵심 조건은 우수 인재의 확보다. 기초 모델을 개발하거나 응용 모델 개발 능력을 갖춘 많은 우수 인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을 길러 내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이들은 수학 실력이 탄탄하면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AI 반도체 분야를 두루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이들 석·박사 인력의 숫자가 AI 국력을 좌우한다. 이렇게 우수한 AI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성장하기 위한 파격적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국 10개 국립대학에 최소 정원 100여명의 AI 학과를 설립해야 한다. 이들이 석·박사 학위를 마칠 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하는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끝으로 ‘AIX’ 라 불리는 AI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기업이 AI 사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수익을 재투자해 성장하는 AI 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된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성패는 AI 국가 정책에 달려 있다고 본다. AI 자주독립의 기초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최고 AI 전문가이자 개발과 사업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AI미래기획수석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에 발탁한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이들이 원팀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