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지만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증인 채택 거부가 주원인이다. ‘보좌관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증인 한 명이 출석하긴 했지만, 피해자 격인 전직 국회 보좌관의 증인 채택은 민주당이 거부해 무산됐다. 어제 청문회가 열린 정동영(통일부), 전재수(해양수산부), 배경훈(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증인이 한 명도 없었다. 이러니 김민석 국무총리 청문회 재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증인 없는 청문회는 검증 부실로 이어졌다. 강 후보자는 갑질 의혹과 관련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상처를 입으셨을 보좌진들께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택 쓰레기를 버리게 하고 변기를 수리하게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두루뭉술하고 무성의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전직 보좌진은 “(강 후보자가) 집 쓰레기를 일상적으로 갖고 내려와 버리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강 후보자는 사무실에서 쓰려던 물품을 담은 택배 상자를 갖고 내려간 적이 있다고만 해명했다. “치킨이나 만두를 먹다 남은 쓰레기를 차에 두고 내려 보좌관들이 치워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 후보자는 “아침 식사로 갖고 탔는데, 차에 놓고 내린 것은 잘못”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회성 해프닝이라는 듯 말했다. 사직 보좌진의 재취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재산 축소 신고 의혹까지 불거졌다. 청문회에선 강 후보자가 개인정보 동의를 신속히 하지 않아 검증 자료를 받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런 지경이니 ‘겉핥기 청문회’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 후보자뿐이 아니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147편을 조사한 ‘범(凡)학계 국민검증단’에 따르면 표절률 20% 이상 논문이 14개였다. 20%는 표절 여부를 가르는 통상적인 기준이다. 검증단은 이 후보자가 제자 학위 논문과 빼닮은 논문을 내놓고 “실질적인 저자는 나”라고 주장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 부정이라고 봤다. 김건희 여사의 학위 논문 표절을 밝혀냈던 이 검증단은 “교육계의 양심 회복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거대 의석만 믿고 임명을 강행할 셈인가. 야당 시절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 등에 혹독한 검증의 칼날을 내밀었다. 정권을 잡았다고 검증의 기준이 바뀌어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청문회 후 국민 여론을 종합해 검토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만한 모습을 보여도 여론이 지지해줄 것이라고 여긴다면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