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해수부) 부산 이전을 본격화하자 충청권에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시민과 충청향우회는 해수부 이전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거리로 나섰고, 해수부 노조는 단식 투쟁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를 올해안에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지난 11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광장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시민문화제’를 열었다.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세종 시민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집회에는 최민호 세종시장과 국민의힘 최원석 등 세종시의원 7명, 세종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윤경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장은 “해수부가 이전하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관련 기관이 잇따라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렇게 되면 전국 최고 수준의 상가 공실(空室)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종 경제가 거덜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호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해수부 이전을 제고해 달라’는 편지도 보내고, 1인 시위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라며 “이는 충청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의원들은 ‘해수부 이전 반대’구호를 외쳤다.
이와 함께 충청향우회는 오는 18일 세종시 나성동 나무그늘 광장에서 ‘행정수도 완성·해수부 이전반대 충청 범시민결의대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지역 충청향우회원과 대전·세종, 충남북 주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충청 4개 시도지사와 시장·군수 등도 동참한다.
세종지역 여러 시민단체도 나섰다. 세종YWCA·YWCA충청권역협의회·세종시여성단체협의회 등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적 대의를 현 정권이 바꿔버린다면 국정 신뢰도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 이후 추진된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세종시 소상공인연합회도 “해수부 이전 공약을 강행하려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세종시의원 모임인 세종시의정회도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이전 작업 등이 지지부진한데 해수부만 신속히 옮기려 한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공무원노조 해수부지부는 지난 9일부터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은 정부 책임자의 면담 수용 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노조는 “해양수도는 위치가 아니라 해양정책 역량의 문제이고, 속도보다 품질이 먼저”라면서 “해수부 직원은 국가가 제시한 방향을 따를 준비가 됐지만, 무모한 질주가 아니라 책임 있는 설계와 실행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주장했다. 최민호 시장은 지난 12일 이들을 찾아 격려했다.
충청 기초자치단체장도 반발하고 있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해수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천군과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지게 된다”라며 “이렇게 되면 서천군이 추진하는 해양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 작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천에는 해양바이오 산업진흥원·인증지원센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해양 관련 기관이 많다. 김 군수는 서해안 항만 기능도 언급했다. 김 군수는 “서해안에는 인천항, 평택·당진항, 장항항 등 국가 주요 항만이 균형 있게 분포돼 있고, 이들 항만은 수산업과 물류 산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